그냥,,,그저,,,그렇게

꽃씨를 따며.

monomomo 2002. 8. 20. 04:12








꽃씨를 따며.





춘천 발 서울행 12시 기차표를 끊어 놓고 기다리다

춘천 역사 앞에 있는 작은 화단에 예쁘게 핀 이름 모를 여름 꽃을 보았다.

내가 이름 지어 준 노란 키다리 꽃과 쪽도리 꽃, 그리고 채송화, 봉숭아 등등.

키다리 꽃이야 뿌리로 번식하는 꽃이라서 꽃씨가 없었지만 다른 꽃들은 어느새 꽃씨가 익어있었다.

딱히 심을 곳이 없는데도 나는 꽃씨를 따기 시작했다.

딴 꽃씨를 손바닥에 모아 종이에 싸서 호주머니에 넣고 기차를 탔다.


기차를 타면 기분이 참 묘해진다.

특별한 기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차를 타면 항상 감상적인 기분에 젖어 들기 마련이다.

왜정식 역사가 주는 단아함이 그렇고 역사 주변에 잘 정돈된 나무들이 그렇고…….

어딘가 모르게 이별을 해야 할 느낌이 팍팍 드는,

뭐랄까! 꼭 기차역에서 이별을 해 보진 않았지만 누군가 이별할 때 느낀 기분이 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그래서 마음 한 구석이 싸~아~ 해지는.


호주머니에 있는 씨앗들을 만지작 거리며 생각했다.

나는 이들이 제대로 제 역할을 하게 해 줄 수 있을는지.

꽃씨를 딸 때는 분명 어딘가에 심고자 한 마음이 있었겠지만

그것은 분명 마음뿐이지 잊고 어딘가에 뒀는지도 모르고 여러 해를 보낼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아니 여러 해까지 갈 것도 없이 어디론가 없어질는지도 모른다.


분명 환경 미화원에게 뽑혀질 것이 뻔한데도 인도 보도 블럭 틈에 돋아난 플라타나스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씨앗을 제대로 된 땅에 심어 적당한 습기와 온도를 주어 발아하게 하지도 못 할 거면서

맘 속에 욕심 때문에 제 역할 다하지 못하게 하고 없어지게 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며

내일 당장 아무 곳에나 버리든지 누구를 줘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비슷한 느낌이 드는 잡문이 하나 생각이 났다.

언젠가 한 친구의 말을 듣고 머리를 스쳐갔던 잡문 하나 덧붙여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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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아! 너나 잘 살아라.






여자들.

가만 보면 참 독해.

난 지금의 내 아내도 사랑하지만

그때,

그 여자.

애라도 배게 하면 내 여자가 될 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더라.

내 죽겠다 울고불고 난리를 쳐도

여드름 짜듯 애를 쭉 짜버리고 참!

이제 와서 이런 말하면 뭣해

시집가서 잘만 살더라.

......

......

......


그 애를 그렇게 보내고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죽은 내 정충보다 불쌍한 그 애

......

......

......


딸이 떠는 재롱을 보고 있으면

......

......

......


그 죄책감이 더해.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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