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 Dead Woman's Blues ]
monomomo
2003. 9. 9. 00:08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버는 일? 밥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ㅡ그런데ㅡ
그녀는 어느 날인가부터 바람도 아닌것이 바람처럼 다가왔다.
예배당 꼭대기 낡은 십자가처럼 늘 같은 모습으로 조용히 숨죽이며 날 지켜주곤 했었다.
애써 언제 왔는지..언제 갔는지 소리내어 전해 줄 필요도 없었다.
그녀가 읽게 해 주고 싶어 한 책 한권을 날마다 조금씩 소개 할 것이다.
오늘밤은 그녀의 머리맡에 빈 소주병이 나뒹굴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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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시간에 저항하고
침묵보다 더 적절한 언어는 내게 없으리니
서럽고 서글픈 세상 우라질 그래도 내가 산다.
빌어먹을 세상'살이' 지지리도 궁상이고
비에 젖은 꼬락서니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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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보이지 않아도 아침은 오고 시간은 흐르고..
지난 밤 저주 받은 악몽의 끝이 비가 되었을까..
낮게 가라앉는 시간의 파편들이 빗소리가 되어 날아 다닌다.
알 수 없는 의문사들이 가슴속에 채곡이 쌓여가고
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
그 수 만 번의 질문 속에 단 한번도 얻지 못했던 답
새삼 그 정답이 알고 싶어졌다.
결국에 난,
시퍼렇게 날이 선 칼 끝을 네게 들이 댈 것이고
너는 그렇게 소리없이 죽어 가겠지
그래..
이것이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비가 내려
우산도 없는 바닷가를 함께 걸을 수 있다면 사는 일들이 조금은 덜 슬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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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녁 거칠게 날 몰아세우는 "달베르의 춤"에 이미 저항을 포기했던 건 내 삶의 흔적이었다.
겨울은 가고 없건만
여전히 내 목덜미가 시린 까닭은..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날
삶과 죽음의 경계가 뿌옇게 흐려져 보이지 않는 날..
괜한 눈물 바람이 나는 날
하루 종일 입가에 맴돌던 강 하나
'레테(lethe)의 강' 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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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두 눈을 감았는데
쓰라린 눈물이 흘렀어
따갑고 아픈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졌지
세상은 모르는 눈물이
내 안에서 마냥 흐르네?
오늘 하루도 바람처럼 사라질 것을 생각하면
참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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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참 미련하다.
미련 떨며 사는 모습이 꼭 누굴 닮았다.
그 여자의 어머니
마흔다섯에 청상과부(靑孀寡婦)가 되셨다.
이십년 수절(守節) 하고 남은 건 허무 뿐이란다.
그 여자
그 어머니 길을 간다.
영혼의 수절을 따르지 못하는 육신의 무거움속에
미련한 그 여자의 하루가 지고있다.
가라앉고, 쌓여가고, 날아가고,
먼지처럼..
사는 일들에 의무가 있나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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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사장 철탑 위에 내가 앉아 있다.
흔들리는 불안함
흔들리는 시간
오늘 하루 저 철탑 위의 어지러움이 내게 없기를..
새벽부터 찾아든 괜한 슬픔 하나가 아프다.
슬퍼서 좋은 아침..
패러독스 : 반 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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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리, 걸어가는 시간, ...
산다는 것이 일이 되어버린 지금 무에 서둘러 갈 길인가 싶다.
한 걸음, 두 걸음,..내 딛는 발 걸음 뒤로 따라붙는 그림자
하나, 두울, 세엣, 네엣,..
헤아려주면 될 것을..그러나
오늘도 난 달려가고만 있다.
창문 크기만한 세상이 달려 나온다.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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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죽음처럼 쏟아진다.
이내 부서질 듯 말라버린 심장하나 덩그러니 웃고 앉았는데..
달빛도 잊은 채..
별빛도 잊은 채.. 가는 길이 무섭다.
이 세상 어디쯤에
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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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이라
나도 모르는 내 집이 생겼단다.
주인도 없는 빈 집에 잘 다녀갔다는 흔적들을 오늘에서야 보았다.
낯선 공간 위에..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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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처럼 쌓여 가는 시간을 본다.
손바닥을 펼쳐 보았다.
맑은 액체 한 방울 먼지 속에 나뒹굴었다.
내가 살아있다는 흔적이었다.
****************
해 질 무렵
충혈 된 두 눈가를 감싸 안았다.
따갑고 아픈 기억들이 흘러 내렸고 열린 동공속으로 휭 하니 지나는 바람 한 줌에 나는 또 속절없는 한 숨만 뱉어 내야 했다.
검은 노을이 저승 사자처럼 밀려온다.
신에게 부여받은
이승에서의 내 마지막 시간은 어디가 끝인가
입속에 맴도는 항생제 냄새가 역겹다.
다 토해 낼수 없는 내 아픈 상처와 기억들은 이 하늘 어디쯤을 떠돌고 있겠지
말라버린 상흔들 영원히 아물지 못하는.
"나'
라는 여자
그 존재의 가난함에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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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면 얻는다'
'동화책을 믿지 말라'
'차가운 것이 명징이다'
거꾸로 서 있는 내 모습을 본다.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절룩발이 인생
어둠이 도시를 삼켜버리고 술에취한 간판들이 쓰러져 갈 즈음
문밖에 서있을 것만 같은 내 죽음의 그림자를 느껴야 한다.
살아서 무엇하나
내 가진 모든 것을 버렸다 했는데
나는 단 하나의 미련조차 버리지 못했다.
세상살이 이리저리 채이고, 넘어지고, 깨지고,..그때서야
하늘이 노랗다는 걸 알았고
그리고
인간처럼 간사한 동물이 또 있을까 싶었다.
이제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어떤 홈페이지에 실린 모르는 이의 가슴 시린 글들이
바람 같은 내맘을 머무르게 한다.
어두운 선율에 묶여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묘한 느낌이다.
내가 왜 이 낯 모르는 글의 주인공을 염려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