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양귀비

monomomo 2007. 5. 21. 07:59

 

좋아하는 꽃이다.

양귀비.

어릴 적 우리 집 뒤란에 민들레나 제비꽃처럼 흔히 피어 있었던 꽃.

횟배 앓이 하던 내게 울 아부진

양귀비 마른 걸 통째 삶아 그 물을 마시게 했다.

그 중독이라거나 환각증을 일으키는 것이 미미해서 일종의 마비증세를 일으키는 성분이 들어 있지 않았나 싶다.

나야 뭐 모르고, 약이려니하고 마셨지만.

시골에선 왕왕 있었던 일이다.

나중에야 법률에 저촉 되는 일이라는 걸 알았지만

꽃씨가 여물기 전에 겉에 칼집을 내면 고무나무에서 나오는 뜰뜰하고 하얀 진액이 나오는데

그게 마르면 검정색과 짙은 밤색의 중간 색으로 마른다.

그걸 조개 껍질에 일일이 땄던 기억이 있다.

어디다 썼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의료적인 것을 몰랐던 사람들은

꽃이 너무 예뻐서 키운 사람들도 많았고

법률에 저촉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에도 꽃이라고 생각하고 키웠었다.

우리집 감나무 밑엔 양귀비 꽃이 무지 많았었는데

어느 해 항공촬영에 걸린 모양이다.

자세한 내막은 어릴 적 일이라 잘 모르지만

항공촬영에 걸린 사람들이 몽땅 끌려갔다.

장흥경찰서에 다녀 오신 아버님 왈.

어디서 났느냐는 말에 에이는 비에게서, 비는 시에게서, 시는 디에게서로 다 연류가 되어 있더란다.

하여 아부지 짜낸 묘안.

동생에게서였단다.

그 동생은 작년에 암으로 죽었다고.

그리고 뭔지 모를 그 그 고문은 끝이 났다고.

그렇다면 그 이후엔 양귀비를 안 심었냐?

아니,

심었다.

대신 화분에 두어 그루 정도.

꽃 하나는 정말 예뻤다.

이쁜 것들은 어찌하든 이쁜 것이다.

꽃이 이뻐 홀리고

성분까지 좋아 홀리고.

양귀비.

잘난 것들은 항상 제제가 가해지는 어떤 것들을 지니고 있나보다.

차라리 마약 성분이 없었다면 사랑을 더 받았을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꽃, 저야 무슨 죄가 있었겠나만

그걸 이용한 사람들의 욕심이 그 예쁜 꽃을 가까이 두고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양귀비.

이쁘다.

후배의 결혼 11주년 기념 식탁에 오른 꽃이라 특별히 모셔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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