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침 7시 23분.
또 밤을 꼴딱 새고야 말았다.
벌써 수년째 계속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최면치료도 받아 보았고 정신과 치료도 받아 봤지만 효과는 별반 무.
수면 보조제를 복용하고 잠을 청하기 시작한지 올해로 딱 10년.
그 동안 미국에서 공수하거나 직접 사와서 먹기 시작한 멜라토닌의 빈병만도
몇십병인지 모른다.
영화를 사랑하는지 어쩐지 지금은 감도 없다.
다만 영화를 하고 있을 때 가장 행복했었고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던 거 같다.
어쩌면 이 깊고 깊은 우울의 원인이 원하는 영화가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일지도.
벚꽃이 필 것이다.
올해는 봄이 더디 오는 거 같다.
이맘때 쯤이면 벌써 벚꽃이 피었어야 하는데.
그해 봄
봄에, 혹은 꽃에 미쳐서라고 핑계를 대지만
그 봄에 홀리거나 벚꽃에 홀려있던
한 홀린자의 눈빛에 홀려서
달뜬 봄을 보냈던
10년전, 그해처럼 봄이 유난히 더디 오는 것 같다.
그 사람 산으로 간지 올해로 10년.
큰 맘먹고 절엘 갔다.
산허리를 잘라 만든 구비구비 돌고 도는 산길을 달리며 수십분 동안
혹가다 보기라도 하면 어쩌나
뭐라고 말할까?
눈물이라도 나면 어쩌지?
못 만나면 어쩌나?
나중에 한번 또 오지 뭐.
봐도 걱정 못 봐도 걱정인채
절이 참 단아 하구나
공기가 맑으니 건강엔 좋겠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산사만 한 바퀴 돌고 내려왔다.
그리고 계속해서 왜 사는지 몰라서 이리 헤매고 있다.
여배우 이은주가 죽은지도 벌써 두달이 다 되어 간다.
유난히 좋아하던 배우여서 그런지
그녀의 죽음이 나를 더 우울하게한다.
그녀가 죽고 나서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도...
정말이지...
미련한 것은...
계속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