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섰다.
정월 대 보름 달이 될 달이 벌써 떠 있었다.
사혈을 시작했다.
어혈이 심하다고 하여 앞판은 볼 수 있는데 뒷판을 볼 수 없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심한지 어쩐지 다른 걸 몰라 잘 모르지만 눈으로 확인하니까 좀 무섭긴 했다.
사혈 5주째.
풍 안 맞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란다.
하도 병명이 많아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뇌에 이상이 왔다고 한다.
뒷 통수 머리를 깎고 사혈을 했는데 이거 끝나면 머리 정수리를 해야 한단다.
하여 머리를 죄 깎아야 한단다.
이른 바 백구를 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중도 아닌 것이 살면서 백구를 세번이나 쳐야 할 만큼 무슨 업을 그리 쌓았는지.
왠만해선 짜증을 안 내는 나인데도 너무너무 아파 짜증이 났다.
호흡이 멈춰져 후개질을 해대며 참는데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나중엔 아픔에 설움까지 겹쳐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꼭 이렇게 까지 해서 살아야 하는 건지.
허무에 아픔까지 겹쳐 삶의 의욕까지 사라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드라마 기획 건을 생각했다.
그리고 시나리오 각색 연구까지했다.
그렇게라도 해야만 그 아픔을 잊을 수 있을 것 같기에.
집으로 오는 길에 선배가 조혈제라면서 홍어를 먹잖다.
좋아하지도 않는데,,,
나중에 올 땐 병원에 들러서 헤모그로빈 수치를 재 오라고 했다.
아까 낮달이 저렇게 휘영청 떠 있었다.
난 아직도 모르겠다.
진정한 삶의 의미를.
잘라버릴 수도 없는 아픈 팔을 달고 다니자면 어떻게든 달래서 살아야 하는 건가 보다.
잘 달래도 말을 들을까말까 한 팔을 지난 9월부터 뭔가를 한답시고 혹사 시킨 댓가인 듯하다.
눈도 침침해지고,,,삽질,,,역시나 창조로 이어지지 못한 노동은 힘든 것이다.
술로도 해결되지 않는 그런 날.
눈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그런 날.
허깨비라도 좋으니 엄마같은 품에 안겨 잠들 수 있다면 싶은 그런 날.
누군가 어떠냐고 묻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누군가 어떠냐고 물어 주기를 바라는 그런 날.
많이 위로 받고 싶은 날이다.
오미희시낭송 - 내가 얼마나 외로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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