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안 하던 짓을 하다

monomomo 2008. 2. 28. 02:59

 

김장을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공식적으로 김장이란 것을 1998년에 했으니까 만 10년 만이다.

처음 김장을 했었던 때다.

시골에서 몇 백포기 하는 것만 본 나는 겁없이 배추 30포기를 담궜다.

그걸 그로부터 3년을 먹었다.

선배한테 배추 30포기 담�다고 했더니 "너 미쳤구나" 그래서 다른 선배한테 그러더라고 말했는데 그 선배 역시 "맞는 말 했네"였다.

어쨌든. 그로 부터 10년 동안 김장을 안 했다.

팔도 김치를 얻어만 먹다가 재작년엔 동치미를 담구긴 했지만 이렇다 할 김치를 담굴 필요가 없이

묶은 김치만 묶은 김치만 먹고 살았다.

하긴 뭐 김치를 먹어 봤자지만.

올해는 꼭 김장을 하고 싶었다.

지난 12월 부터 벼르던 것을 지금껏 미루다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남들은 봄이 온다는 둥 어쩌고 저쩌고 한다는데

월동 준비 하듯 배추를 사왔다.

무도 사왔다.

배추는 열포기는 되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럼 무도 열개쯤 사야겠지?

이럼서 샀는데,,, 글쎄 느므느므 많은 거였다.

어찌나 단단한지 칼도 잘 안 들어 가고

한쪽 팔이 힘이 없어서 그런지 자꾸만 비스듬하게 쪼개졌다.

배추 열통을 쪼개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사람들은 매년 이렇게 김치를 담군단 말이지?

무는 열개인 줄 알고 배달해 온 것을 보니 글세 15개였다.

뒤에 한 줄이 더 있었던 것이었다.

무 역시 동치미랑 깍뚜기를 담글려고 쪼개고 써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젠가 무 두개 썰고 손에 물집 잡힌 기억이 나서 그냥 커다랗게 썰었다.

지가 익으면 깍뚜기 되겠지 싶어서.

그리고 절구고,,,좀전에 뒤집어 놨다.

헌데 소금 간을 제대로 못해서인지 배추가 도로 밭으로 갈려고 한다.

모르겠다.

내가 한 숨 자고 나면 저도 숨이 죽겠지 싶어 그냥 내쳐 두기로 한다.

미친년, 손도 크지,,지가 뭐 3대가 같이 사는 종갓집 맏며느린 줄 아나?

혼자 투덜투덜투덜투덜 거리면서,,,

10년 만에 하는 이 역사적인 날.

사진 몇 컷을 찍었다.

엄마들은 참 힘들겠다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날마다 아침 일찍 일어 나서 밥하는 것도 그렇고.

하여간 모두모두 위대하다.

 

겉으로 보기엔 10개 처럼 보이던 무.

 

 

뜯어 보니 15개

 

 

커다랗게 썰어서 절궜다.

 

 

쪼갠 배추들,,, 

 

 

절군 배추

 

 

저렇게 많을 줄이야.

 

 

내일은 달랑 무도 사와서 절궈야지.

누가 먹는다고,

뭔가 헛헛한 게야.

혼자 사는 영화쟁이 후배 좀 나눠 줘도 족히 2년은 김치 걱정 안해도 된다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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