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2006-05 제주

monomomo 2008. 5. 10. 12:12

그 해 봄.

죽기라도 할까 봐 꼭꼭 닫아 두었던 맘을 풀고

머리라도 풀어 헤치면 딱 미친년이라 손가락질 당할 것 같은 모습으로 제주를 향했다.

근사한 시나리오 한 편 써 올 요량으로.

헌데,,,실패했다.

누구의 시를 빌리자면 "실패는 나의 힘" 뭐 이런,,,쩝.

 

걷고 또 걷기를 반복하던 그 제주 바닷가에서

내 딴엔 중요한 결단을 내렸어야 했었다.

주체 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고 후회하며 가슴을 팼던 그 봄.

지금 생각해도 아리다.

 

사람들이 위대해 보이던 시간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가슴에 품고 산다는 것.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 주고산다는 것.

나 답지 않은 행동을 하고 산다는 것.

어려운 일이었다.

모 아니면 도, 혹은 올 오아 낫씽 인 모남의 극치를 달리는 성격상

용서가 불가능한 내 모습을 대면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이 번 제주 여행 내내 그 생각을 했다.

착하고, 이뻤고, 순하고, 무엇 보다도 난 줄 알 만큼 닮은 사고을 가진

-지금 생각하면 아니지만서도-

그 어떤 형용사로도 표현하기 어려웠던 한 아이를 향한 내 마음을 감당하지 못하고

내가 나로 살 수 없었던 시간들을.

모르긴 해도 생에 처음 있었던 일이라 평생을 두고두고 아릴 것 같다.

 

그 해 찍었던 사진들이다.

 

 

 

 

 

 

 

 

 

 

 

 

 

 

 

 

 

 

 

 

 

 

 

 

 

 

 

 

 

 

 

 

 

 

 

 

 

 

 

 

 

 

 

 

 

 

 

 

 

 

 

 

 

 

 

 

허나

내 생에 그렇게 아프고 아름다웠던 때도 없었다.

중요한 건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미안하다.

,,,

그저 잘 살기만 기도한다.

내가 해 줄 것이 그것 밖에 없다.

,,,

이 눔의 눈물샘은 언제쯤 마를 것인지.

쩝,

 

 

 

양현경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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