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참참,
그 동안 내게 있어 선거는 매일 출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공휴일이라는 특별한 잇 점도 없고 하여 그저 몹시 귀찮은 일 중에 하나였을 뿐이었다.
집 안 어르신이 제헌 국회의원부터 5선을 하셨고 뭔 일을 하는지 몰라도 제2 무임소 장관을 했던 어르신도 계셨고 덕분에 형부들이 보좌관을 하다가 감방에 드나드는 걸 보고 자랐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 적부터 선거 철만 되면 정치꾼들이 득시글 거렸던 집 안 분위기가 싫었다.
꼭두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사람들이 들락거려서 잠을 잘 수 없었던 상황도 싫었고 멱살잡이를 안 해서 그렇지 목소리 톤으로 봐서는 거의 잡은 거나 진배없는 행동을 하는 어른들의 모습들도 싫었다.
그 어른이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전깃불이 다른 마을 다 건너 뛰고 이 마을에 먼저 들어 왔다는 둥, 그러니까 이런 사람이 다시 국회의원을 해야 한다는 둥, 그렇게 부르짖던 옳음은 다 어디 가고 겨우 자신들의 편리함에 한 표를 던지면서 남의 편이라 여겨지는 사람들을 난도질을 할 수 있는지 원.
어떻게 우리 아버지 처럼 젊잖고 괜찮은 분이 되지도 않는 나랏일로 저렇게 목 울대가 송유관처럼 굵어지도록 핏대를 세워가며 박정희가 어떻고 김대중이 어떻고, 것도 해남 촌구석에 앉아 심지어 범 국제적으로 나아가 미테랑과 고르바쵸프를 들먹거리며 난장토론을 하시는지 당시 어린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싫은 이유가 좀 황당하긴 하지만 그러저러한 연유로 보고 싶지 않은 것이 보이면 눈을 감고, 듣고 싶지 않은 것이 들리면 귀를 막고, 하고 싶지 않은 말은 하지 않는 걸로 일관된 삶을 살아 왔다.
선거철이면 화려한 이력이 적힌 포스터가 붙고,
이런 일을 하겠노라는 공약이 써진 현수막이 붙고,
마치 잡상인들이 마이크에 대고 감자 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다니는 모습처럼 내 눈엔 그저 자신을 물건 삼아 팔러 다니는 장사치 이상의 모습이 아니었다.
적게는 대 여섯 명에서 많게는 열 두서너댓명에 이르기까지 벽에 붙은 포스터와 현수막을 보면서 누가 그나마 좀 나은 사람일까? 하고 눈 여겨 읽으며 느낀 점이 있었다면 수십 종에 이르는 라면들 중에 내 입맛에 맞는 라면을 고르는 일보다 어려웠다는 것이다.
잠시 말도 안 되는 대입을 해 보자면
공약 : 국민의 머슴이 돼서 일 하겠습니다.
밀가루 : 원산지: 미국 90%
공약 : 정직한 사람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나트륨 : 2%
뭐 이런,,,
하여, 그가 내 건 정책이 마음에 들어 정말 진정으로 우러나 동의를 해서 자발적으로 누구를 선택 해 본 적도 없다.
투표를 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고 그때 그때 내키는 대로 했다.
그냥 가까운 사람이 시키면 시기는 대로 했다.
그래 줘도 무방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왜?
누가 되든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 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빠져서 살기 힘들다?
그럼 경기 좋을 땐 살기 좋았었던 적 있었나?
없었다.
매사가 그런 식인 사람이었으니 교육감 선거는 학부모들만 하는 건 줄 알고 있을 정도로 정보에 문외한이었던 건 당연한 일.
해서, 관심도 없었다.
헌데 이건 이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당리당략에 약한 정치인을 뽑는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의 앞날을 짊어지고 나가야 하는 아이들의 교육과 전 국민 대상 교육 전반에 걸쳐 산재해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이끌어 나갈 사람을 뽑는 일이었다.
겨우 하고 있는 운동이 숨쉬기 운동일 만큼 운동이라 하면 스포츠와 무브먼트를 구별 할 변별력도 없고
그간에 있었던 주의 하나 있었다면 남이사 응가로 된장국을 끓여 먹든 말든 내버려 두는 수수방관 주의였는데 그 주의가 바뀌거나 그렇진 않았지만 이번 교육감 선거만큼은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지나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70년대 산업 역군이 되어 주린 배를 움켜 쥐고 살아 온 사람들이 오로지 주린 배만을 해결하기 위해 살았기 때문에 더러는 가난을 대물림 하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은 탑골 공원에서 바둑이나 장기를 두고 몇 천원에 몸을 파는 바카스 아줌마들과 가격 협상을 하며 하룻밤 춘정보다 못한 욕정을 해결하기 위해 뒷 꽁무니를 쫄쫄 따라 다니는 모습이 우리의 미래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여, 직접 선거라는 정보를 알게 된 이상 이변이 없는 한 투표를 할 생각이었고 그렇다면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 그들이 내건 공약과 살아 온 발자취를 꼼꼼히 따져 봐야 했다.
그리고 따져 봤다.
아는 게 없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라도 그러면 안 되는 것 쯤은 알 것 같았다..
어쨌든, 난 처음으로 내 판단에 의해 괜찮다고 생각되어 지는 후보에게 투표를 했다.
그리고 그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다.
투표를 마치고 과연 누가 당선 되었을까? 하고 개표 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본 선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결과는,,,
결과는,,,
머리털 나고 한 번도 배우지 않았던 러시아 말이 막 나오더란 말이지.
가이가튼느므스키, 나쁜느므스키, 시벌느므스키, 그지가튼스키 등등.
모르겠다.
당췌 사람들의 심리를.
그냥 살던 대로 살 것을.
욕심이 있었나 보다.
아니면 30년 후에 탑골 공원에 앉아 있을 내 모습이 너무 무서웠든지..
지금도 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때가 아직 아닌 겔 게야,,,자위하며
찰 거머리처럼 들러 붙어있는 자웅동체의 생물마냥
과거 기억의 저편과 현실 상념의 이편에서
찰과상에 불과한 상채기를 껴안고
아주 오랫동안 서성 거릴 것 같으다.
흐르는 대로 사는 것.
이것만이 명징이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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