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하나 먹을까 말까 하는 사과를 평생 먹은 양보다 더 많이 먹게 만든 맛있는 사과였다.
좀 비싸긴 하지만 비싼 만큼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두레 생협에서 시식회를 겸한 판매를 했다.
워낙이 황소 체질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힘이 쎄보이는 지라 말은 못했지만
허리가 짜게지는 지 알만큼 힘들었고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 첫발을 내 딧는데
마치 마라톤을 뛴 다음날 처럼 발 바닥이 콕콕 쑤시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저리고 아팠다.
게다가 왼 손 마비가 와서 침으로 두 번이나 찔러 피를 뽑아 가면서 작업을 했다.
주어지면 잘하는 이 육체 노동,
생각과는 달리 정말 어렵고 못 할 일이였다.
하여 수영장에 가서 수 바퀴를 돌며 내내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구상하는 동안은 열두 천만 편도 더 써 질 것 같은 그 시나리오를 못 쓰고 죽는 게 내 인생의 시나리오이지 않기를 바래며 잠깐 화가 났다.
아니 내가 뭐 천만 관객이 들 걸 쓰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공감하는 사람들과 소통을 원하는 작품을 원할 뿐인데 왜 이러냐...라고...헌데...이 생각이 문제였다.
천만 관객이 들 걸 생각하고 써도 안 되는 현실에서 어떤 정신 나간 투자자가 돈을 대겠냐고요.
술이 아직 안 깼다.
글자들이 머리 속에서 두둥실 떠 다닌다.
해서 말이 마구마구 엇갈리고 뒤섞인다.
사우나에서 나이가 지긋하게 든 아주머니, 혹은 할머님들이 하시는 말씀들.
아직은 공감이 안 가지만 혹여 내가 그렇게 변하면 어쩌지? 염려했던 말들을 들었다.
80세 된 어느 할머님이 집 안에 시계를 다 치우라는 엄명을 내렸단다.
이유는?
시간이 가는 것이 두려워서. 이건 내가 한 말이고 그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단다.
나 죽으라고 재촉하는 소리같아 못 듣겠다고.
쩝.
그 때 며느리가 생각했단다.
저 나이가 되고 거동이 불편해도 살고 싶을까? 라고
헌데, 그 며느리, 65세가 되고 보니 70살까지만 살고 싶다던 그 꿈이 얼마나 허망한지 알게 되고
시 어머님의 짜증을 알게 되더란다.
이렇게 세상이 이쁘고 좋고 사랑스럽고 아릅다운지에 대해서.
똥 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속담을 비유하자 주변에 아주머님들이 박수를 치면서 동의했다.
생각만 해도 무섭다.
용 빼는 재주 없는 한 나도 저러할 진데,,,
나는 이번에도 나의 더러운 성질을 알게 되었다.
이틀 동안 첫날 아침에 밥과 이틑날 점심 라면 한끼 먹고 밤에 술을 마셨다.
그래도 왜 살은 안 빠지는지, 원.
신경이 곤두서면 혓바늘부터 돋는 내가 난 정말 싫다.
모르긴 해도 인어 공주는 이 보다 더한 아픔을 참고 사랑을 쟁취했으리라 본다.
내가 죽어도 못 할 그 사랑이라는 것을.
난 내가 무섭다.
죽어도 변하지 않는, 마디다 못해 닳지 않는다는 비놀리아라는 비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