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전화해서 일본 말 하나 하고 싶다고 말하고는 알랴뷰우~ 또 그 말이 끝나고 나면 러시아 말 하나 하고 싶다고 띠아모~, 그러더니 이테리 말 하나 하고 싶다고 쥬뎀무를 해대던 동창이 하나 있었다.
언젠가 녀석이 프로포즈를 했다.
"너 우리집 메느리 안되고 잡냐?"
"느그 아들아?"
"아따 말고야. 울아부지 매느리제잉"
"하하하하"
"너는 어째 진지한 말을 하먼 꼭 웃냐? 내가 그라고 웃기냐?"
"하하하. 아니. 그래도 웃기잖아."
"멋이 웃겨야 나는 한나도 안 웃긴다"
"그래, 마음은 고맙다만 니가 웃기거나 그래서 그런 게 아니고 뜻한 바 있어서 혼자 살고 있다. 그러니 섭섭다 생각 마라."
"알었다 그람. 그람 우리는 그냥 순수한 친구여잉?"
"그라제"
그러던 녀석이였는데.
녀석한테 애인이 생겼단다.
"아야 말이 좀 많은 여잔디야. 나에겐 소나타로 들린다. 몸매는 어째 그리 너랑 똑 닮았는지. 딸도 한나 생겨부렀다. 겁나 이뻐야. 당장은 사정이 있어서 못 합치고잉 내년에나 같이 살라고야. 니 이야기도 해 놨다. 그랑께 언제든지 온나. 내가 맛난 거 많이 사 주마. 너는아 그 여자랑 아무 상관없이 나에겐 브이아이피다. 알겄냐? 내가 너한테 배운 것이 많다. 내가 너 좋다고 하기는 했제만 언제 젖 한번 달어보작하디? 인연은 따로 있어야. 사는 것이 겁나 재미지다야"
"나한테 배우긴 뭘 배워. 배울 게 뭐가 있다고. 하여간 축하한다."
"배우는 건 지가 알어서 배우제 누가 갈차줘야 배운데. 그라고 걱서 뭣 쓴답시고 방구석에 쳐백해서 깔짝거리지 말고 내론나. 달매산에 드나들며 난을 캐도 그보다는 낫겄다. 운 좋으면 산삼도 캐고 혹시 하냐? 눈 볼그먼 천만원 짜리가 걸릴지? 그라고 쌀 떨어지먼 핸드폰에 주소 찍어라 보내주마"
많이 축하해줬다.
못 다한 인연을 원도 한도 없이 즐기면서 살라는 당부와 함께.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아니라는 걸 알고 오해없이 마음을 접을 줄 아는 녀석의 마음 가짐이 좋았다.
따로 있다는 그 인연, 없는 사람도 있겠지.
인연은 없어도 좋은데 사는 게 재미지다는 말은 많이 부러웠다.
오락을 좋아하길 하나 춤을 추고싶어하길 하나 당췌 잡기엔 꽝이라.
이왕 살 거면 재미있게 살아야 할텐데 도시 아무리 둘러봐도 재미있는 일이 하나도 없으니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