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워크숍 다녀와서 몸살이 난 기억이 되살아나서
회의하러 가는 거라면 안 간다고 으름장을 놨더니
회의하는 척하는 사진 한 장만 찍고 놀 거라고 해서 믿었는데
회의하는 척이 어찌나 길던지
차리리 회의를 하는 것이 더 짧았을 것 같은 회의를 하고야 말았답니다.
믿은 제가 잘못이죠.
쩝!
예산이 없어서 자비롭게 자비로 다녀왔습니다.
어디길레?
제주도.
난생처음 한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마라도도 가 봤고
겁나 길다란 갈치 조림도 먹어 봤고
눈 내리는 수목원도 걸어봤고(제주도는 눈 안 오는 줄 알았는데 오더군요)
촴눼, 뭉텅이로 찜질 방을 가서 맨몸도 텄습니다(내 생에 있을 수 없는 일, 허나, 조직이 하는 일에서 이탈은 민주에 어긋나는 것 같아 동참했고 누가 저를 봤는지는 모르나 전 아무도 안 봤습니다. 아줌마와 처자의 차이(부끄러버서))-괄호에 괄호라니.
흑 돼지 파는 겁나 큰 식당에 가서 남들 흑 돼지 먹는 동안 나 혼자 냉면 먹었고
겁나 사람 많은 식당에 가서 남들 닭 샤브샤브 먹는 동안 나 혼자 이틀 된 밥 먹었고
감귤 밭에 가서 직접 따 먹는 귤이 맛있다며 귤 먹는 사람들 말에 속아 먹다가 왼쪽 눈 오른쪽 눈 감아가며 마음에 없는 윙크
수 없이 날렸습니다.
본론
담뱃값이 년 초부터 인상된대서 면세점서 사재기를 하려고 공항에서 돈을 찾았습니다.
30만원.
그런데 돈을 나눠주려고 보니 돈이 없더군요.
카드만 꺼내 오고 돈은 꺼내오지 않았더군요.
쩝!
비행기가 뜬다고 빨리 탑승하래도 정후(힐러 주인공 이름)처럼 날아서 다시 현금지급기에 갔죠.
쩝!
돈이 있을 리가 없겠죠?
그런데 맘이 편했어요.
어차피 연기로 사라질 거 뭐 그럼서.
와우!
그러니까 별거 아닌 돈인 줄 알았는데 한꺼번에 사려니 목돈이 드는구나 이럼서.
이 참에 끊지 뭐, 이럼서.
이건 분명 신의 계시일 거야, 안 그럼 돈 찾으러 갔다 돈을 꺼내오지 않는 등신이 어딨나? 이럼서.
그런데 저보다 앞서 경험하신 우리 담당 주임님 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신 거예요. 그리고 걱정도 마세요. 돈 도로 들어 와요. 신고하면 CCTV 확인해서 입금해 줘요.
그런데 진짜 그랬습니다.
전화해서 카드번호 말했더니 CCTV 확인해서 카드만 꺼내가고 돈은 꺼내가지 않은 넋나간 저를 확인해서 입금을 해줬습니다.
크크크,
어쨌든 이 사건을 신의 계시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담배를 사는 대신 전직원에게 커피를 쐈습니다.
그러나,
그런데,
그리고,
하여간,
어쨌든,
지금 후회가 된다.
담배를 끊겠노라 선언한 것이.
어찌 극복할까요?
선배님들이 묘안이나 비답을 구합니다.
#
그리고
기부를 선택했습니다.
전에 말한 적 있는 작공이라는 청소년 공간에
100만원.
http://cafe.daum.net/youthcafejk/T6p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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