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작은 섬 하나 때문에 시작되어 그리스 전체로 번진 전쟁이다.
전쟁의 주축인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애초에 서로 싸울 뜻이 없었다.
어차피 붙어봐야 승패 이전에 최하 중상이란걸 각오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강대국은 주변국들의 끈질긴 부추김에 의해 결국엔 격돌하였다.
이 전쟁은 무려 27년간 벌어져 그리스 전체를 황폐화시켰다.
아테네는 전쟁의 3분의 2를 이겨놓고 너무 욕심을 부린탓에 무너지고 만다.
그리고 그 잿더미 위에 선 스파르타가 포효하지만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결국 이 전쟁의 후유증으로 그리스는 급속도로 쇠락한다.
하나의 죽음은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한다고 했다.
그 폐허를 자양분으로 새로운 영웅이 탄생하는데, 그가 바로 알렉산드로스다.
그래서 이 전쟁은 고대사에서 아주 중요한 전쟁으로 기록된다.
유럽의 판도를 바꾼 전쟁, 이것이 바로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다.
아테네 제국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아테네는 강력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대제국이 되었다.
당시 그리스에는 크고 작은 섬과 도시들로 약 200여 개의 폴리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 중의 약 절반이 아테네의 영향권에 있었다.
한편 에게해를 장악한 아테네와는 별도로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위치한
스파르타와 주요국들은 아테네의 과도한 팽창정책에 위기감을 느끼고
이를 견제할 목적으로 ‘펠로폰네소스 동맹’을 맺었다.
(펠로폰네소스 : 이하 펠로)
양측은 그리스를 양분하면서 두 개의 리그를 운영하고 있었다.
아테네를 대표로 하는 민주정 클럽과 스파르타를 대표로 하는 과두정 클럽이 이것인데,
민주정은 시민이 참여하는 정치체제였고 과두정은 소수의 귀족집단이 운영하는 체제였다.
하지만 민주정 클럽이라고 해서 모든 폴리스들이 민주정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아테테 식민지 뿐만 아니라 동맹 도시들 중에서도 과두정 체제는 존재했다.
이것은 각 폴리스들의 정치상황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섞인 결과이다.
물론 과두정 클럽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그리스 세계는 아테네의 독주속에 최고의 번영을 누리고 있었고
강력한 전제국가 페르시아마저도 에게해에 감히 발을 담그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리스는 이제 잘 차려진 밥상에서 평화와 번영만을 누리면 되었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이런 그리스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처음에 그리스인들도 이런 사소한 일이 거대한 전쟁으로 비화될 줄은 몰랐다.
이런 일은 과거에도 수 없이 겪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의 신이 교묘하게 짜 놓은 거미줄은 그렇게 간단치 않았다.
그리스 전체를 멸망으로 몰아갈 이 전쟁은 처음부터 잘 짜여진 각본과 같았다.
이 전쟁의 전조는 먼저 아테네의 식민지 타소스 섬에서 시작되었다.
기원전 465년 에게해 북부의 타소스 섬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아테네는 곧바로 대규모 함대를 내보내 타소스섬을 포위하였고타소스측은 급히 스파르타에 사절을 보내 자신들의 독립을 지원해 달라고 하였다.
스파르타는 병력 지원을 약속하였고 타소스는 용기를 얻었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스파르타 내에 반란이 일어났다.
노예계급인 헤일로타이들이 집권세력에 대항해 봉기한 것이다.
이 때문에 스파르타는 타소스섬에 병력을 지원할 수가 없게 되었다.
결국 타소스섬은 이렇다할 저항도 못하고 아테네에 굴복했다.
그 사이 스파르타의 반란 세력들은 모두 진압되어 추방되었는데
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아테네행을 택했다.
이 사소한 반란은 아테네와 스파르타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이 사건은 두 마리의 맹수가 서로 싸우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깰수도 있다는 전조였다.
아무튼 반란은 실패했지만 스파르타가 개입 의도를 보인것은 확실했다.
스파르타도 이젠 과두정 클럽의 맹주답게 팔을 걷어 부치기로 한 것이다.
메가라 전쟁
기원전 465년 ‘펠로동맹’ 소속인 메가라와 코린토스 사이에 국경분쟁이 일어났다.
메가라는 쌈은 못했지만 성격이 다혈질이라 국경문제를 자주 일으키는 편이었다.
이에 열받은 코린토스는 이번에야말로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국경을 넘었다.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코피가 터진 메가라는 스파르타에 중재를 요청했다.
하지만 스파르타측에서 보면 이 전쟁은 분명 메가라의 잘못이었다.
게다가 이 싸움은 고수와 중수의 싸움이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잘못한 메가라가 흠씬 두들겨 맞고 사과하면 끝날 일이다.
스파르타가 신경쓰지 않는 사이 메가라는 엄청 두들겨 맞았다.
만신창이가 된 메가라는 이 싸움을 수수방관한 스파르타를 원망했다.
"어쩜 운영자가 이럴수가 있지? 오호라~ 나는 이 클럽에 필요없단 말이지?"
분을 참지못한 메가라는 펠로동맹에서 탈퇴했다.
그리고 체제가 전혀 다른 아테네 동맹에 보란듯이 가입했다.
"흥~ 나한테 신경 안쓰면 이렇게 된다는걸 똑똑히 기억하셔!!"
그러나 양쪽 클럽의 게시판은 너무도 조용했다.
메가라는 가입인사도 올리고 인증사진도 올려봤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결국 메가라는 그리스 세계에서 존재감 없는 국가로 확인되었다.
"아~ 창피해!!"
하지만 메가라와 인접한 코린토스의 생각은 달랐다.
아테네와 더불어 그리스를 대표하는 해상 강국이면서도 자신들은 늘 2위였다.
그래서 늘 아테네에 대해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다.
"메가라가 아테네와 손잡는건 용납이 안돼지!"
결국 코린토스는 사소한 일로 메가라에게 시비를 걸었다.
그러자 메가라는 기다렸다는 듯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왔다.
"너 나한테 시비거는거니? 잠깐 나와봐!!"
메가라는 든든한 아테네를 믿고 코린토스에게 맞짱을 제안했다.
메가라가 제대로 걸려들자 코린토스는 뛸 듯이 기뻤다.
"어쭈? 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코린토스의 군대가 메가라의 영토로 물밀듯이 쳐들어가자
구원요청을 받은 아테네가 즉각 지원군을 보내주었다.
메가라의 영토는 전쟁터로 변했고, 양측은 15년 동안 돌밭을 굴렀다.
전쟁이 장기화되자 아테네는 슬슬 싸움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어어~ 아테네형 자꾸 뒤로가면 어떡해?"
그 사이 메가라는 코린토스에게 일격을 당하고 쓰러졌다.
응급실에 실려간 메가라는 링겔병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저런 아테네를 믿은 내가 바보지, 에잇~ 탈퇴하자!"
메가라는 탈퇴 버튼을 누르고 다시 과두정 클럽에 재가입했다.
아테네는 탈퇴한 메가라를 소 닭보듯 하였지만
아테테의 사소한 불행마저 행복으로 여기는 코린토스는 달랐다.
"어이 친구~ 진작 그럴 것이지, 자 밥이나 먹으러 가세!"
이후 메가라는 아테네를 가슴 깊이 증오하게 되었고
코린토스. 테베와 더불어 펠로동맹의 3대 악동으로 변모하였다.
자 그렇다면 테베는 과연 어떤 나라인가?
테베는 아테네, 메가라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과두정 국가이며,
코린토스와 함께 과두정 클럽의 쌍두마차로 불리우는 강대국이다.
별로 말은 없지만 은근히 호박씨 까는 성격이라 그 속내를 잘 드러내지는 않는다.
전력상으로는 코린토스와 동급이지만 테베의 생각은 달랐다.
"나는 아테네, 스파르타를 누르고 언젠가는 그리스의 패자가 될거야!"
하지만 스파르타 앞에만 가면 왠지 작아지는 테베다.
"저는 형님의 영원한 아우입니다"
모든 것을 얻었다고 자부하는 아테네.
맘만 먹으면 아테네를 쓸어버릴수 있다는 스파르타.
겉으론 2인자 속으로는 1인자인 테베.
아테네만 사라지면 두 발 뻗고 자겠다는 코린토스.
탈퇴와 가입을 반복하는 악플러 메가라.
이 다섯 국가가 향후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주도하게 된다.
과연 이 독특한 성격을 가진 다섯 국가가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 것인가.
다음편에는 이들의 개성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다.
[출처] 도널드 케이건 -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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