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까마귀는 누구?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청파에 조이 싼 몸 더럽힐까 하노라!”
어머님께서 해주신 말씀이다.
“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아버님께서 해주신 말씀이다.
두 말 다 유명한 말이다.
다만 부모님께서 내게 해주셨다는 것이지 그분들이 지어낸 말은 아니다.
어머님은 함께 살지 못하는 막내가 걱정이 돼서
자신이 돌보지 않아도 바른 길로 가기를 바라면서 해 주신 말씀일 게고,
아버님은 혹여 늦게 본 자식이라서 예쁘다고만 생각하며 키우다 보니
버릇이 없거나 건방을 떨까봐 해 주신 말씀일 게다.
나는 말을 썩 잘 듣는 편에 속하는 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렇다 하게 속을 썩이지도 않았다.
어쨌든 여기서 까마귀라 지칭되는 것을 편견이라 해 두자.
어머님 당부대로 나는 까마귀가 놀만한 근처에는 가보지 않았다.
몸으로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님 당부는 쉬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버님 당부는 맘으로 하는 것이라서
백로는 아니었지만 검은 까마귀를 보고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가만.
과연 내가 안간 까마귀 노는 곳이 어떤 곳인지 알기나 하는 것인지?
내가 노는 곳이 그들 눈에 까마귀 노는 곳으로 보여지지는 않았을는지.
그들 또한 나처럼 어머님께 저런 말씀을 듣고 가슴에 새기고
내가 노는 곳엔 오지 않았을지도.
그리고 또 무엇을 보고 까마귀라 생각하고 웃었는지?
정말이지 그들 눈에 내가 까마귀로 보이지는 않았을는지.
그들 또한 나처럼 아버님께 저런 말씀을 듣고 가슴에 새겼으나
나를 보고 까마귀라 생각하고 웃지나 않았는지.
잘하고 살았는지 못하고 살았는지
갓 마흔을 넘긴 풋나기 40대는 아직 분간이 안간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더욱 더 분간이 안간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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