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리 들어보렴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색소폰 소리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무슨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밤 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 가에서
돌아올 사랑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 소리 들어보렴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진 슬픈 뱃고동 소리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최백호 씨의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래다.
가요를 듣다 보면
어떤 노래든지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지나간 추억 한 자락과 비슷한 느낌을 대변하는 듯한 감정이 들게 만드는
한 구절 정도는 꼭 있기 마련이다.
영화를 하면서 2-30대를 다 보내고 어느덧 풋내기 40대.
중간에 잠시 방송과 연극으로 외도를 했지만 한 마디로 영화와 함께 청춘을 보냈다.
어디서든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아직 장편 영화를 연출하지 못했고 곡절이 있을 때마다 아직 때가 아닌 거라고 자위했다.
그리고 지금 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제와 새삼 이 청승맞고 감상적인 노래 한 자락에 왜 마음이 젖는 건가?
만일 이대로 늙는다면! 그래서 낡은 옛날식 다방에 앉아 이 노래를 듣게 된다면.
그 다방의 얼룩진 벽지에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고 그 속에 지금 함께 작업하는 배우들이 보인다면.
그렇다면 늙고 병든 건달처럼
“내가 말이야! 이래 봬도 말이야! 왕년에 말이야!”로 시작하는 허풍을 떨게 될까?
분명한 건 이대로 간다면 그 땐 정말 이 노래가 내 가슴을 후벼 파리라는 거다.
하여 이젠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내 영화를 시작해야겠다.
오랫동안 알아온 친구들과 의기투합하여 좋은 영화를 만들고,그것으로 이 사회와 정식으로 맞짱을 떠봐야겠다.
그래도 이 노래가 청승, 울적, 쓸쓸하게 느껴질지 알아봐야겠다.
길남의 하룻밤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어쩔 수 없는 이별을 의미한다.
<낭만에 대하여>를 읊조리며 살고 있는 나의 친구와 이웃들을 위무하고 나 또한 위로 받고싶다.
길남이의 왕년과 우리들의 빛나는 왕년을 위하여!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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