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droom at Arles
이사 가기 전 날 밤에
해마다 4월이 되면 이사를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마음을 잡지 못해 둥둥 떠다녔다.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꽃이 너무 황홀했기 때문일지도.
지금은 3월.
처음으로 방이 아닌 집으로 이사 가기 위하여 짐을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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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 할 물건들을 버리지 못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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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번도 써 보지 않았던 펜들을 그으면서
누군가 외국 여행에서 돌아올 때
노잣돈 아껴 사다줬음직한 그 마음이 이뻐서 버리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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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살자를 주문처럼 외우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욕심이 슬퍼진다.
무엇을 쉬 버리지 못함은
필시 갖고자 했을 때의 그 간절했던 마음까지 버릴 수 없기 때문이리라.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도 나를 아는 것이 아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도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듯이
그런 식으로 알고있는 한 사람이 있다.
고호라는 사나이
그가 그린 그림 한 점
제목은 The Bedroom at Arles
온통 흰색으로 회벽칠이 칠해진 방 한 쪽 벽면에
침대 하나가 덩그마니 놓여 있고
창가엔 꽃병이 놓인 책상과 의자가 전부인 그 방
그런 방에서 살고 싶었었는데
그것 역시 욕심이었는지
나는 오늘도 짐을 바리바리 싸고야 말았다.
짐이야 도리 없이 그렇게 쌌다 쳐도
이 집에서 있었던 마음의 짐들은 모두 버리고 가리라 다짐 해 본다.
이사 가기 전 날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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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힘 안들이고 살고 싶어서
순전히 -포장에서 정리까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말에 혹해서
정말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포장이사를 했다.
포장에서 정리까지 맘에 드네 안 드네
잔소리 않고 행복 할 수 있다는 것.
좋았다.
돈의 위력을 칭찬해 주고 싶었다.
그래! 경제력이 곧 순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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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이 지나도록 나는 내 물건이 어디 있는지 찾느라 바쁘다.
내가 물건을 놓은 곳이 제 자리인지도 잘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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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경제력이 순술까?
그러면서도 생각 바꾸지 않는 것
-다음에도 포장이사 하리라는 것-
*어느 해인가 이사가기 전날 밤과 이사한날 밤에 썼던 잡문이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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