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이사에 관한 소고.

monomomo 2002. 9. 25. 13:53











The Bedroom at Arles




이사 가기 전 날 밤에



해마다 4월이 되면 이사를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마음을 잡지 못해 둥둥 떠다녔다.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꽃이 너무 황홀했기 때문일지도.

지금은 3월.

처음으로 방이 아닌 집으로 이사 가기 위하여 짐을 쌌다.

......

......

......

버려야 할 물건들을 버리지 못 하고

......

......

......

1년에 한 번도 써 보지 않았던 펜들을 그으면서

누군가 외국 여행에서 돌아올 때

노잣돈 아껴 사다줬음직한 그 마음이 이뻐서 버리지 못하고

......

......

......

버리고 살자를 주문처럼 외우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욕심이 슬퍼진다.

무엇을 쉬 버리지 못함은

필시 갖고자 했을 때의 그 간절했던 마음까지 버릴 수 없기 때문이리라.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도 나를 아는 것이 아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도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듯이

그런 식으로 알고있는 한 사람이 있다.

고호라는 사나이

그가 그린 그림 한 점

제목은 The Bedroom at Arles

온통 흰색으로 회벽칠이 칠해진 방 한 쪽 벽면에

침대 하나가 덩그마니 놓여 있고

창가엔 꽃병이 놓인 책상과 의자가 전부인 그 방

그런 방에서 살고 싶었었는데

그것 역시 욕심이었는지

나는 오늘도 짐을 바리바리 싸고야 말았다.

짐이야 도리 없이 그렇게 쌌다 쳐도

이 집에서 있었던 마음의 짐들은 모두 버리고 가리라 다짐 해 본다.

이사 가기 전 날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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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힘 안들이고 살고 싶어서






순전히 -포장에서 정리까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말에 혹해서

정말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포장이사를 했다.

포장에서 정리까지 맘에 드네 안 드네

잔소리 않고 행복 할 수 있다는 것.

좋았다.

돈의 위력을 칭찬해 주고 싶었다.

그래! 경제력이 곧 순수야!

......

......

......


몇 달이 지나도록 나는 내 물건이 어디 있는지 찾느라 바쁘다.

내가 물건을 놓은 곳이 제 자리인지도 잘 모르겠고.

......

......

......


과연 경제력이 순술까?

그러면서도 생각 바꾸지 않는 것

-다음에도 포장이사 하리라는 것-


*어느 해인가 이사가기 전날 밤과 이사한날 밤에 썼던 잡문이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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