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우리도 그들처럼.

monomomo 2003. 3. 5. 17:26





언젠가 무작정 걷고 싶어서 대학로에서부터 시작하여 종로 5가를 지나 파고다 공원까지 걸은 적이 있다.

기억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꽃피고 새우는 봄이었던 것 같다.

종묘 앞과 파고다 공원 주변에 할아버지들이 아주 많이 있었고 간간이 할머니들도 섞여 있었다.

거리는 바둑을 두는 노인들, 장기를 두는 노인들, 그리고 혼자 우두커니 있는 노인들 그리고 술판을 벌인 노인들로 가득 메우고 있었다.

또 마이크에 엠프, 스피커까지 가져 와서 노래를 부르는 노인들도 있었고

그 주위를 둘러싼 노인들이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흥에 겨워 노는 모습도 있었다.

어떤 노인들은 마치 분장을 한 것처럼 꾸미고 나와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얼굴의 생김새는 다르지만 한결 같은 표정을 지은 노인들을 보자 순간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어제 준비하던 영화가 완성되어 드디어 기자 시사회를 했다.

서울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하도로 들어 섰을 때 그 때 본 똑 같은 모습을 봤다.

순간, 아니 여기에 왜 이렇게 노인들이 많이 모여있을까?

생각을 해 봤더니 겨울이라 날씨가 추워서 노인들이 지하도로 모인 것이었다.

아~~~

또 울컥하고 가슴을 치미는 덩어리가 있었다.

얼추 짐작컨데 나이들이 60~70 사이들이었다.

노인들이 그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했다.

그들은 거의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멍한 표정들.

저들은 70~80년, 그 격동의 세월을 지금의 내 나이대인 40대쯤일 것 같은데

그 어렵고 지난한 세월을 자기와 가족과 조국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이 땅을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

그런데 지금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어디인가?

그렇담, 우리들은? 지금 현재 우리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순간, 무서웠다.

거창하게 실버 산업이 어쩌고 저쩌고 말 하지는 않겠다.

그들이 청춘 시절 피땀 흘려 일궈 놓은 터전에서 우리들이 자라고 또 우리들의 꿈나무들이 또 살아 가고 있다.

하여, 그 터를 마련해 준 사람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 하나쯤은 범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 줘야 하지 않나 싶다.

이것은 환원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공경이고 빚을 갚는 의미다.



지금은 부모를 모시는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길거리에서 배회하는데…….



우리는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고 자식들의 돌봄을 받지 못 하는 첫 세대이다.

우리가 거리로 나 앉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 바로, 이 때.

다음 세대에게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노인들을 위하여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나에겐 힘이 없다.

그 힘 없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도 그들처럼 되지 말란 법은 아무도 보장하지 못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게 짐작 되어지기에.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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