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울었다.
아니 울었다기 보다 눈물을 흘렸다.
이유가 있긴 있었지만 그 이유가 내가 눈물을 흘려야 할 만큼 그리 큰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울고 있는 내게 짜증이 났다.
그리고 그깟 일로 내가 이렇게 눈물을 흘릴 줄은 짐작조차 하지 못해서 오히려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국을 떠나 올 때 잘 풀리던 영화 일마져 엉망이 되어 버렸다.
일단 진단서를 끊어서 제출했기 때문에 1년 연장하는데는 무리가 없었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오기 하루 전날 진단서를 끊으러 다니던 병원엘 갔다가 병이 날 뻔 했다.
무시무시하게 불친절한 간호사와 대판 싸울라다가 날마다 환자들이랑 상대 하느라 웃음을 잃어버린 간호사려니 하고 이해를 했다.
게다가 의사라는 양반 하는 말이 더 가관이었다.
“내가 보는 환자가 몇 천명인데 어떻데 환자분 아픈데를 일일이 다 기억 하나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꼭 그렇게 말을해서 환자의 기분을 상하게 해야만 했을까?
그들의 초심은 의술은 인술이다. 어쩌고 저쩌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어쩌고 저쩌고 ,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였을테지만 사회가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았는지 하여간 불친절 대회에 나가면 금메달 감이었다.
어쨌든, 각종 검사 기록과 치료 일지를 보고 진단서를 끊어 주긴해서 잘 냈다.
그런데…잘 모르겠다…어찌 될지는 나중에 생각 하자.
날씨가 차가워지니까 점점 증세가 악화 되는 거 같다.
더구나 신경계라서 그런지 신경 좀 쓰면 완전 썪는 것 처럼 아파 온다.
집에 있을 때는 팔을 붙잡고 거실로 주방으로 마구마구 뛰어 다녔는데,
여기서는 그럴 수도 없다.
차라리 어디가 곪거나 눈으로 확연하게 확인 할 수 있는 병이면 좀 수월 하련만 그 원인이 스트레스라 하니 참나, 아무리 외팔이 감독도 매력있다고 주위에서 장난 삼아 자르라고 말하지만, 그럴 수 있는 일도 아니고, 1년을 깁스를 하고 2년을 물리 치료를 하거나, 아님 수술을 하라는데, 개처럼 뛰어 다니는 직업상, 전자는 어렵고 후자는 무서우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따름이다. 의사 왈 무거운 것은 들지 말고, 신경 쓰지 말고, 걸레 한개도 빨면 안 되며, 하여간 손으로 하는 일은 운동 외엔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하며,죽을 때까지 물리 치료를 하면서 더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며 데리고 살아야 할 지병이란다. 참참참!!! 이나이에 지병이라니.
게다가 오늘은 기분까지 엉망이어서 나의 주 특기인 신경 쓰이는 일 생기면 일단 굶고 보는 지랄 같은 성격 때문에 약을 안 먹었더니, 오른 쪽 발까지 난리가 나고 더 아프다.
오기 전부터 오후만 되면 열이 올라서 어쩔 줄을 몰라 했는데 여기서도 여전히 마찬 가지다. 안 팎으로 온 몸이 뜨거워지면 일단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머리가 지끈거리고 어쩔땐 이명까지 온다.
지금은 맘이 바뀌었지만 죽기로 작정을 하고 단행한 여행길이 몸이 안 따라 주니 즐겁지만은 않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샌프란시스코로 간다.
거긴 기후가 좋으니 어쩌면 지금처럼 안 아플지도…기대를 해 본다.
담배 한대 피고, 캔 맥주 하나 들고 들어 왔다.
달포 만에 마시는 맥주다.
사람들이 무섭다.
모든 것은 다 시간이 해결 해 줄거라 믿으며.
더 이상 상처 받지 않으려면 예전처럼 달팽이처럼 맘 꼭꼭 닫고 살아야겠다.
잠시 내 맘속에 거하다 갈 앉은 감정하나 다스리지 못하니,
나를 향해 고개 숙인 얼굴들을 외면 한 죄
그 죄값이 크다.
“마음 맡기지 말것”
이 것만이 명징이다.
오랫동안 울적할 것 같다.
날씨가 좋을 거라는 징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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