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나는 순간, 생이 아득해졌다.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손만 뻗으면, 금세 내 손끝에 닿은 당신의 체취가 나의 지문의 결 사이사이에 맺힐 줄 알았더랬죠.
그럼 나는 내 손만 물끄러미 바라봐도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있을 테니까, 나는 더욱 당신에게 팔을 내밀 수 밖에요.
그런데 당신, 어느새 그렇게 멀리에까지 가 있었나요.
나에게 말도 없이, 자리를 뜨는 기척도 없이.
멀리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달음을 달려가도 당신은 늘 똑같은 거리만큼 멀찍이 서 있다고 생각했더랬죠.
그러니 나는 당신에게 미소를 보낼 수도, 다정한 인사를 건넬 수도, 따스한 마음을 보일 수도 없었어요. 혹여라도 내 마음이 당신에게 전달되지 못하면 내가 아파질테니까, 그렇게 겁을 먹었던 것이죠. 그러니 당신이 내밀었던 손을 찾지 못 했을 수밖에요.
그런데 당신, 어느새 이렇게 가까이까지 와 있었나요.
나에게 예고도 없이, 내 곁에 이미 와 있다는 기척도 없이.
이제 가까이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당신이 내민 손을 이제 잡았으니까.
내가 모르던 당신의 습관과 내가 알 수 없었던 당신의 비밀들,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당신의 고민과 희망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가까이에 있는 당신, 당신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믿지 않을 거에요.
하지만 나의 사랑은 거짓이 아님은 분명해요.
나는 당신으로 인해 지금은 행복하니까.
이제 멀리에 있다고 생각해요.
당신은 내가 내민 손을 잡지 않았으니까.
내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당신의 모든 것들이 이제는 한낱 무의미로 전락되었으니까 말이죠. 또한 우리는 다시는 공유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말이지요.
그러나 멀리에 있는 당신, 당신을 사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믿지 않아도 되었어요.
하지만 나의 사랑은 거짓이 아니었음은 분명해요.
나는 당신으로 인해 지금은 아프니까.
거기에 있는 당신.
나는 지금 여기에 있어요.
좋아하는 칼럼에서 가져 왔다.
함께 읽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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