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세 번의 동창모임과 두 번의 망년회가 있었다.
난 그 어떤 곳도 가지 않았다.
딱히 보고 싶은 사람도 없고 얼굴 맞대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없고 듣고 싶은 이야기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날 밖으로 끌어 내기 위해 갖은 계획을 세워 유도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자 협박까지 한다.
난 맘이 동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고집 쎈 황소다.
일단 밖에 나가면 눈이 시끄럽고
귀가 시끄럽고
머리가 시끄러워 정신이 없다.
그리고 보고 싶은 몇몇 친구들과 동료들은 이미 집을 다 다녀갔다.
헌데 말이 났단다.
예술한답시고 여행이나 다니고 어쩌고저쩌고 기타등등
예술한답시고……
먹고 사느라 바빴구만 예술은 뭔 예술?
직업 상
일요일은 고사하고 명절 한 번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작품 하나 시작되면 일주일에 한 두 번 집에 들어 갈까 말까 했다.
출장 한 번 나가면 짧으면 3일에서 6개월 동안 밥 먹을 시간도 없이
24시간 신발 한 번 벗지 못한 채 밤을 세우는 일은 다반사였다.
때로는 의자에 앉아 책상에 엎드린 채
때로는 라면 박스 깔고 편집실에 꾸겨져 자며
아침이 되도 끝날 줄 모르는 릴레이 회의에 지치고
행여나 펑크날까 심장 졸이며 토끼 눈이 되도록 촬영을 했다.
빨래 할 시간이 없어 속옷을 물론이고 겉 옷까지 사 입어가며 했던 작품도 있었다.
그걸 안 친구 하나가 빨래를 몇 개월 해다 바친 일도 있다.
남들 눈엔 그것이 성실로 보여졌을지 모르겠지만
남은 건 무좀밖에 없었고
난 너무나 쉬고 싶었다.
좀 길게 논다 싶은 생각도 없잖아 있지만 맘 속으론 이미 일을 준비하고 있다.
늘 <하나> 이상은 버거워 하는 내 성격을 아는 이상
또 일 한 번 시작하면 아무것도 못하고 집중 할 나를 생각하면
아직은 조금 더 쉴 계획이다.
늘 “될 놈은 되게 돼 있어”라고 말 했던 내가
“난 안 되는 놈이었구나!” 라는 사실을 자인하기까지
밤마다 소주병을 비워내고 아침이면 게워내기를 반복하며
안으로 안으로 파고드는 열패감과 자괴감에 시달리다 잠이 드는데
그런 내 심정을 알기나 한지.
알거나 말거나 아무 상관 없지만.
어쨌거나 한 해가 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화라도 한 통씩 넣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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