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간다.
내 인생의 봄날이.
피고지고피고지고
봄날이 간다.
너무 바쁜 나날들이 이어진다.
시나리오를 하나 쓰고 있으며
영화 두 편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중 하나는 개발 계약을 맺었고
그 중 하나는 캐스팅 단계에 있다.
또, 내가 꼭 만들고 싶은 영화 시나리오를
영화진흥위원회 저예산 영화 제작지원에 응모했다.
두 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작가를 붙여 개발하고 있으며
한편의 영화 피디를 의뢰 받았다.
시나리오도 한편 의뢰 받았다.
너무나도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또 내가 하는 일과는 약간 동떨어진 일을 하나 하고 있다.
일은 왜 이리 한꺼번에 몰려 오는지.
이렇게 내 인생의 봄날이 가고 있다.
나른한 봄날 하오의 광선처럼
내 어깨에 쌓여지는 무게를 뒤로하고
조금씩 조금씩 가고 있다.
양진건의 오랜만의 연가란 시가 생각난다.
오랜만의 연가.
ㅡ양
진건ㅡ
식탁 밑에서 은밀히 그대 손을
만졌죠.
은밀한 것은 아픔인지 그대 손 펴지도 못한
채
웅크려 슬퍼하고 있더군요. 귀 귀울이면
움츠려 신음하느 것이 그대만이
아니어서
담벼락 밑에는 새앙쥐 같은
상심.
그것들도
안팎으로 굉장한 싸움에
힘겨웠던지
예배자를 잃은
신처럼
영혼은 무겁게 구겨져
있더군요.
목소리가 너무 떨려 나는
그것들이
울음 참는 줄 알았지만 그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제 몫의
출혈을,
제 몫의 바람을 키우고 있기는
하죠.
살 속 어디쯤인가에 혼자 커가는 흉흉한
환상.
휴식은 잠시이고, 아무것도 위안되지 못할
때
나 그대를 만났던
것이고
수반에 물이 조용히
말라가듯
오래 그대를 만나지 못할
것이므로,
산다는 일이 눅눅하게 펄럭거리기만 할
때
이제 굉장한 싸움에서 잠시
돌아와
그대 미세한 온기의 배후를 찾고
싶군요.
그때쯤에 나 그대를 사랑했었다 말해도 될까요.
겨울의 초입에서
마음에 담아 둔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해야겠다.
언제 어디서든 잘 살게 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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