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감기에 걸렸다.
몇년만인지 모르겠다.
목이 아프고 콧물이 나고 열이 펄펄 끓는 게 보통 감기는 아닌 것 같다.
가뜩이나 이쁜 목소리...난리가 아니다.
아침엔 굴 같은 가레를 밷아냈다.
치기어린 말로 들릴지는 모르나
마음 아픈 것 보다는 그래도 몸 아픈 것이 더 수월 한 것 같다.
이는 제대로 아파보지 못해서 나오는 말일 수도 있을 게다.
요즘,
사는 것이 정신이 없다.
어디다가 정신을 팔고 사는지
발바리새끼처럼 발발발발 바쁘다.
마음은 급하고...
시간과 돈은 항상 반비례하는 것 같다.
시간이 많으면 돈이 없고
돈이 많으면 시간이 없고
더 늙어서 돈을 남편삼아 살려면.
일단, 지금은 시간이 없고 돈이 많아져야 할 때.
김장철이란다.
간밤에 내린 비로 날씨는 한층 더 추워질 것이다.
난 또 여느해나 마찬가지로 여지없이 팔도 김치를 맛보겠지.
언제부턴가 내 고유의 맛이없이 이 사람 저사람이 가져다 주는 김치에 길들여졌다.
하여 무엇이 내가 좋아하는 김치 맛인지도 모르겠다.
훔,,,이 김치는 전라도식이야...음미 할라치면 또 서울식 김치를 먹고.
알고보면 행복한 일이다.
혼자 산다는 이유 하나로 남들이 해 주는 염려를 도맡아 받으며 팔도 김치맛을 본다는 것도.
시장에 가봤더니 산지 가격과 상관없이 턱없이 비싼 김장거리들의 가격에 놀란다.
마음은 배추와 무를 열두번도 더 샀다.
그런데 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안 이상
그냥 눈요기만 하고 오게 된다.
이젠 일도 무섭다.
자잘한 일상의 일들에 한번도 잔 재미를 못 느끼고 살았지만
그래도 어쩔수 없으면 했어야 하는데
요즘은 그 마져도 안한다.
이 귀차니즘,,,영원히 신봉하며 살고싶다.
최소한 그래도 내가 가진 "주의" 하나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