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해바리기를 보면,

monomomo 2006. 10. 28. 18:45

 

 

아침에 막내 작은 어머님이랑 통화를 했다.

조카가 결혼을 한단다.

이러저러한 말 끝에 시집을 가라신다.

니 맘 알지만 그래도 시집은 가야 한단다.

귀담아 듣지 않았지만 늘 기도 한다고 하셔서 말꼬리를 물고 교회에 나가시라고 했더니 교회는 안 나가도 된다신다.

항상, 언제 어디서나 하지 말래도 기도를 하시니 꼭 교회를 나가야 할 이유가 없으시단다.

나를 생각하면 어릴 때 기억 하나가 지금까지 가슴을 에이면서 아픈 기억이 있으시다고

아버님이 나를 데리고 올 때 엄마가 같이 찍은 사진을 같이 보냈는데 아버님이 막내 작은 아버지를 드렸고 그걸 작은 어머님이 꼭꼭 숨긴다는 곳을 연구한 곳이 1년에 한번 보는 토정비결 책 속이었다.

내가 7살 되던 해 설날

온 가족들이 다 모여서 그 해 신수를 봐 주신다고 작은 아버님이 무심코 토정 비결책을 펼쳤는데

그 안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사진을 보고 말았다.

그 때, 내가 그 사진을 끌어 안고 엄마를 부르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걸 작은 어머님이 기억하시고 계셨다.

나중에 애한태 사진 들켰다고 시골 어머님께 심하게 꾸중을 들으셨다고 한다.

그 때, 그 사건을 마무리 하기 위해 작은 엄마가 궁여지책으로 지어낸 거짓말이 있다.

"아가, 이 사람은 니 엄마가 젖이 없어서 젖만 먹여 준 사람이란다"

그 말을 듣고 내가 엄마라는 호칭을 바꿔서 젖엄마젖엄마를 부르면서 울었다.

그 말씀을 전화로 하시면서 그때 짠한 마음이 지금도 남아 있다며 또 울먹였다.

이후,

여차저차한 상황으로 엄마를 일년에 한번 내지는 두번을 만났다.

방학 때만 만날 수 있었는데 그것도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이었다.

하여 늘 엄마를 그리워 했다.

엄마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때 나는 엄마가 사시는 동네를 한 바퀴씩 돌면서 엄마가 걸어 다녔음직한 곳일 것이라 위로했다.

길 가다가 마주치면 내가 엄마를 그리워 한다는 것을 알아차릴까봐  불안불안 걸어 다녔었다.

엄마는 장사를 하셨는데 그 가게는 이층 계단에서 내려다 보면 보이는 곳에 있었다.

거기서 가끔 엄마를 훔쳐 보고 돌아서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해 엄마가 말씀 하셨다.

"아가, 여기 길에 말이다. 해바라기가 많이 피었지야? 이거 내가 심었다. 너 보라고."

그 해부터 오랫동안 여의도엔 해바라기가 많이 피어 있었었다.

엄마는 알고 있었었다.

내가 자기를 훔쳐 보고 가는 것들을.

국회 의사당을 짓고 있었고 방송사들도 부지 푯말만 박혀있었던, 63빌딩 쪽에서 국회 의사당 쪽이 한 눈에 다 보이던 30년도 넘은 일이다.

그리고 또 말씀 하셨다.

"아가, 내가 보고 싶거들랑 달을 보거라. 나도 니가 보고 싶으면 항상 달을 보고 있으니 니가 달을 보고 있으면 나도 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우리는 같은 달을 보고 있으니 같이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무슨 말이지 알겄냐?"

이 후, 난 달을 자주 보았고 지금도 달을 좋아한다.

 

방학 때 며칠 엄마랑 살면 가끔씩 아팠다.

그걸 어찌 아시는지 엄마가 꼭 깨워서 약을 먹여 재웠다.

나중에 내가 아픈 걸 어떻게 아셨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 하셨다.

"니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매일 성경책을 읽으시던 엄마를 본 받아 나도 이즈음 성경책을 머리 맡에 놓고 잔다.

한 줄이라도 읽고 자려는 마음에서.

 

어머니,,,,아직도 달이 나를 따라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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