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는 그냥저냥 랜덤으로 다녀가는 이들도 있겠지만 내 친구나 몇몇 친한 동료들이 알고있다.
애들 옹알이 하듯 주절거리며 어리광 피우는 곳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조금 부끄러울 거라 느껴지는 이야기까지 다 진솔하게 쓰지는 못한다.
이를테면 내가 잘못 알고 있는 성에 관한 이야기라거나 혹은 부정적인 세상 바라보기에 관한 이야기 등등.
근간에 친구들은 내가 혹시나 무슨 사고나 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지 거의 매일 전화를 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신문이든 뉴스든 세상사에 100% 무심하게 사는 내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해 주는 친구들이다.
더불어 한마디씩 덧붙인다.
밥은 먹었냐?
산에라도 다녀오지 그러냐?
갈대가 이쁘더라, 보러 갈까?
회 사 줄께 와라.
영화보러 갈까?
남편 보필하랴,,,애들 건사하랴,,,바쁠텐데도 나까지 신경 써주느라 고마운 친구들.
기타 등등.
어제, 그런 전화를 해 주는 친구 한명에게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로 주소를 대란다.
감을 부쳐 주겠단다.
단감을.
감.
과일이야 거의 다 좋아하지만 특히 좋아하는 과일이 감과 배다.
감을 보내준다는 걸로 봐서 그 친구는 적어도 날 잘 아는 친구다.
그 친구,
그 친구,
내가 신의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성경 책을 물고 파며 읽으면서 죽어라고 교회 다닐 때
단 한 순간도 하나님을 부정하지 않았었고 나더러 신의 부재를 자기가 좀 인정 할 수 있도록 이론을 구축 해 달라고 말 했던 친구다.
진짜 내가 신의 존재를 부정 할 만큼 이론을 구축 할줄 알고 그랬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난 바보처럼 그 걸 증명하기 위해 일요일이건 수요일이건 금요일이건 학생 예배건 빠지지 않고 교회를 다니며 성경책을 파고 들었다.
그런데 결과는 내가 그(God)를 믿게 되어 버렸다.
누가 뭐라건 그가 나를 사랑함을 믿는다.
그는 내가 죽음의 문턱에서 헤매고 있을 때 자신의 존재를 확인 시켜 주었다.
한 때, 잠시 신학을 전공해 전도사가 되어 오지에 가서 선교 활동을 하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
바보같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란 걸 뻔히 알면서도 그런 꿈을 꾸었었던 때가 있었다.
이야기가 잠시 딴 곳으로 샜다.
그 친구에게 말했다.
" 나 말이야, 한 두어달만, 아니 한 며칠이라도 나랑 살고싶어 하는 사람하고 살아보면 어떨까?"
"좋지? 누군데?"
"친구의 친구야, 이혼도 했고 재혼도 했고 지금 마누라랑 사이도 나쁘지 않데. 그런데도 나랑 살고싶대. 처음 보고,,,뭘 안다고. 너무 웃겼어. 난 살고싶은 사람하고 살 수가 없었거든. 그래서 누군가 나와 함께 살고싶어 한다면 그 소망을 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구. 하하하"
내가 말 해 놓고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미쳤냐? 안돼!!"
"왜?"
"최소한 법적으로 깨끗한 사람하고라면 모를까"
"하하하하,,,법적,,,,좋지,,,"
누가 내 친구 아니랄까봐. 그 한마디를 빼 놓지 않고 덧 붙인다.
"바라는 거 없다. 나도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최소한 오르가즘이 뭔지는 알고 죽어야 할 것 아니냐? 내 나이 이제 마흔 다섯인데 지금 아니면 영 끝일 것 같아서 그냥, 문득 든 생각이야. 설마 아니 이 성격에 그럴 수 있을 것 같냐? 맘이 동해야 살든 말든 하는 거지. 근데 정말 내가 그 사람과 살 수 없는 이유는 나중에 혹시 정들어서 정말 살고 싶어져 버리는 것이야. 그건 무서운 일이지."
" 그건 그래"
두루두루 무지하게 쪽 팔린다.
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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