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하늘에
이런 모래사장이었다.
다리를 앞으로 모으고 두 팔로 무릎을 감싸 안고 앉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늘을 보는 것도 아니었고
바다를 보는 것도 아니었다.
어깨를 들썩이지 않는 걸로 봐서
울고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생각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도 않는 뒷모습이었다.
숨도 쉬지 않고 무릎에 고개를 파 묻은채 죽은 듯이 앉아있는 뒷모습에서
쓸쓸함마저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작은 점처럼 보였다.
밀물이었다.
물은 물밀 듯이 밀려 들어 오는데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자꾸만 헛 손짓을 해 댔다.
"이리 나와, 물이 들어 오고 있잖아"
언어가 되지 못한 말이 턱까지 차오르고
반복되는 나의 행동이 답답해 가슴을 쳤다.
아팠다.
눈을 떴다.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 봐도
익숙한 벽지만 보일 뿐 아무것도 없었다.
포말로 사라져버렸을까?
하루 종일 초조와 긴장감에 휩쌓여 지내게 했던 생생한 꿈이었다.
죄없는 담배만 두갑째 죽이게 한.
베란다 문을 열자
복한산이 아무일 없었다는 듯
턱하니 버티고 말갛게 앉아 있었다.
어디로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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