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솔로라는 드라마를 마지막으로 텔레비젼을 접하지 않았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마치 내가 쓴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어제 말한 대사가 오늘 나오고 오늘 말한 대사가 내일 나오고.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때 나오는 감탄사인지 형용사인지 모를, 엄밀히 구분 하자면 육두문자.
"아이~~쓰바르~~~"
이거 나중에 내가 쓰면 표절인 거잖아.
가만, 아니지.
"밥 먹자" " 사랑해"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 같이 하는 저런 대사들.
아무도 표절이라 하지 안잖아.
그래, 표절은 무슨,,,생각이 같았을 뿐이야.
영혼과 영혼의 교감이라는 것.
모를 일이다.
아니 알 수 없는 일이다.
쌍방 통행이던 것이 갑자기 일방 통행이 된다는 것.
가능한 일일까?
내게 있는 이상한 습성 중 하나가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은 항상 어려운 일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것.
어려운 일이니까 내가 하지 못하겠지,,,다.
이건 오만함이나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열등감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것이다.
더러운 습성이다.
그 여자.
원고지 한장당 1원씩 받으며 윤문하던 시절에 밤마다 라면깨나 사 바쳤다.
정말 코딱지 보다 약간 더 크다고 말해도 그닥 과장이 아닐만큼 작고 깡말랐던 여자.
눈이 보이지 않게 야구 모자를 쿡 눌러쓰고 아침이 될때까지 포장마차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어찌나 영혼이 빛났던지 머리속에서 튕겨져 나올 것만 같았다.
어디서 저런 에너지가 나올까?
술도 안 마시면서 끊임없이 주절대던 그녀 앞에 앉아서 소줏잔을 비워내며 말없이 의문사만 찍어대던 밤들이었다.
세상을 한탄하고 비주류인 자신을 비관하며 주류에 서 있던 나를 늘 부끄럽게 하던 여자.
"치자꽃 엄마"를 시작으로 그녀가 말하던 그녀의 비주류 인생에서 굿바이 하게 한 작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이후 항상 멋진 작품만 써냈던 근사한 작가.
그 작가의 작품 "굿바이 솔로"에서 나온 대사.
"따뜻한 남쪽 섬에서 살고 싶어"
작년 이맘 때쯤 따뜻한 남쪽 섬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요령을 흔들지 않았을 뿐이지 거의 무당처럼 주문을 외우며 입에 달고 살았다.
"사랑이 변하나? 사람이 변하지"
어딘가에 정신을 팔려 있을 당시에 늘 하던 말이었다.
그 대사가 그 드라마에 속속 나왔다.
"사랑하는 사람을 버릴 수는 있지만 잊을 수는 없다"
나는 그때, 그 천 뭐시깽이가 나인줄 착각할 정도였다.
모든 멜로 드라마 구조는 거의 두 남자와 한 여자 아니면 두 여자와 한 남자다.
뭔 이야기를 하는지,,,
하여간 그 천 뭐시깽이 말고 그 전 남자.
그 남자의 거짓말 중 진실 하나.
"말이 하고 싶었어."
그 후 대사가 뭐였더라?
너한테, 내 입으로, 뭔 그런 내용인 것 같으다.
그랬다.
그 남자는 말이 하고 싶었었다.
것도 진실을.
헌데 상대가 기회를 주지 않았고,
늘 비켜 갔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뭣보다 중요한 건 믿어 주지 않았다.
더 중요한 건,
그걸 알았다고 해도 마음이 변한다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 이해하지만 그래도 그러면 안되는 것 아니었냐는 질문은.
과연 나에게만 해당 되는 것인지.
아님, 정작 저 질문을 하는 본인에게도 해당되는 것인지.
미스테리다.
어쩌면 본인에게 한 질문이었을지도.
어제, 날이 날이니 만큼 "용서""이해" 뭐 이런 단어들이 난무할 시간에 속할 뻔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그 시간이 싫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시간을 견디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피했고, 다른 사람까지 동원 된 전화를 수 통 받아야 했고, 설득을 해야했다.
피곤한 시간이었다.
"그때는 그럴 수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평생 가냐?"
늘 주어없이 말을 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 듣겠다고 말하던 선배가 한 말이다.
"그런 거 아니라는 거 아는데 싫으네요."
-평생 가는 것도 있어요-목젖까지 디밀고 올라 오는 말을 죽이며 대신 한 말이었다.
둘만 알아 들을 수 있는 저 말을 시작으로 기나긴 통화를 하면서 나중엔 차라리 만날 걸,,이런 후회가 들었다.
12시가 넘었는데 당장 나오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건 당장 나가지도 않을 뿐더러
나는 지금 나와 어쩌면 나일지도 모르는 나 아닌 그 어떤 것에도 시간을 할애 할 시간과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나를 밖으로 끌어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날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밖에 한번 나갔다 오면 다시 나로 돌아 오는데 하루 해를 다 보내도 모자라는 그 정신 사나움의 시간들을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젠장.
모를 일이다.
애가 끓는 날이면 그저 달이나 멍하니 쳐다 볼 밖에.
"쓰바르~~~"
다행이다.
달없는 밤 하늘.
맞다.
생각을 꿀꺽 삼켜버리면 깃털처럼까지야 아니겠지만,,,한결 가벼워 질거야.
달이 없다는 건 하늘에 준 시선에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군.
것도 좋눼.
생각을 삼킬 생각을 하게 하눼.
달의 크기가 몇 입방미터인지 안 이상 점처럼 보이던 게 덩그마니 떠 있으면 하늘의 크기가 어마무시하다는게 느껴지는데,,,없으니 크기가 느껴지지도 않고 암것도 아닌 것 같눼.
좋눼.
생각을 삼키기엔.
정말 좋눼.
하늘과 맞닿아 기도발이 직통으로 통할 것 같은 어제, 그리고 오늘.
난 기도를 하지 않는다.
만약에 오늘 한 기도가 통해 버리면
일년 중 이 날만 기다리며 살 것 같아서.
기도발이 먹힌다고 이 날만을 기다리며 363일을 버릴 순 없지 않는가?
근데, 기도하면 누가 들어는 준다더냐?
Inger Marie Gundersen -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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