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짜고짜로 첨 본날 나랑 살고 싶다던 그 사람.
밥 사준다는 거 거절한 뒤
다신 전화하지 말랬더니 잠잠하다가
석달 만에 전화가 왔다.
"예"
"접니다"
"알아요"
"술 한잔 했습니다"
"알아요"
"전화 안 하려고 했는데 술 한잔 마신김에 했습니다"
"그랬겠죠"
"잘 지내죠?"
"예"
"........."
"........."
"전화 안 하려고 했어요. 진짜"
"알아요"
"아픈덴 없죠?"
"예"
"잊혀질 줄 알았는데 쉽지 않네요"
"그래도 많이 편해졌죠?"
"예"
"거봐요, 다 그런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시간이 지나면,,,아주 많이 지나면 저랑 밥 먹어 줄 수 있죠?"
"그러죠"
"고마워요. 말 잘 들을께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진짜 전화 안 하려고 했는데,,,술 마시니까 생각이 나네요."
"......."
"아프지 말고 살아줘요"
"그럴께요. 나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마누라한테나 잘 하세요"
"하하하."
"웃기는"
"나중에 아주 오래오래 있다가 밥 먹자 그러면 꼭 먹어줘야 해요. 약속 했어요?"
"예, 돈 많이 버세요"
"그럴께요"
"..........."
"..........."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끊을께요"
"예. 진짜 아프지 말고 살아야 해요"
"예"
전화를 끊었다.
저 마음을 알기에 처음처럼 냉정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곁을 줘서 헛갈릴까봐 다정 할 수도 없었다.
그냥, 친구 하자 그랬으면 참 좋을 사람이었는데.
멀쩡한 총각이래도 맘을 줄까 말깐데
그토록 싫어하는 임자있는 사람이라 더욱 더 차게 대한다.
혹시라도 나의 친절이 잘 못 읽혀질까봐.
설령 좋다해도 참고 말았을 내가
저 정도로 이야기 해 준 건
나를 비추어 상대의 맘을 조금이나마 이해했기 때문이다.
어디 내 놔도 주눅들 일 없이 당당하게 살 남자가
어쩌자고 맘은 열어 힘겨운 시간을 보냈을까 싶으니 안타깝다.
그사람 말 마따나 나랑 말투가 닮았다는 걸 조금 느꼈다.
나에 비하면 엄청 착한 사람이지만.
*정신없이 비몽사몽간에 누워 있었다.
온몸에 땀이 흥건히 젖어 옷이 몸에 다 달라 붙고 쉰내가 났다.
병든 닭처럼 고개를 가누기초차 힘이 들었다.
몸이 너무 가뷰러지고 꺼지는 것 같은 하루를 간신히 살아냈다.
난 내가 마징가제트나 번개아톰처럼 무쇠팔 무쇠다리를 가진 사람인 줄 알았는데,,,
어쨌든
모두모두 아프지들 말고 잘들 살기를.
-엄마도 보고싶고 아부지도 보고싶다-
이 넘의 눈물은 언제쯤 마를까나.
'쓸쓸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 (0) | 2007.05.09 |
---|---|
,,,,,,,,,,,,, (0) | 2007.04.30 |
그냥,,, (0) | 2007.04.24 |
여행 예약을 취소하다. (0) | 2007.04.23 |
거져사는 세상은 없다. (0) | 2007.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