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계획을 취소했다.
2차 정신건강 세미나에 참석할까 말까 고심하다가 밀어 부친 여행이었는데
안국선원에서 이뭣고를 하필이면 5월 4일부터 한단다.
언제 다시 할지도 모르는데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뭣고 행사를 빠지고 여행을 갈 수는 없다.
이왕지사 정신 건강 세미나를 받은 김에 이어서 이뭣고 행사에 참석해서
그간에 머리속을 헤집고 다니던 무형의 굴레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나기 위함이다.
면벽 수도가 될지 좌선 참선이 될지는 모르나 기대가 된다.
가서 마음에 들면 뭐 영 안 올 수도 있고. 하하하
아예 머리를 밀고 들어가는 게 나을까? 연구 중이다.
참석 전에 아는 주지 스님을 한번 뵙고 들어 가는 것도 좋을 성 싶다.
그 해,
영화를 실패하지 않았다면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라는 의문은 생기지 않는데
중앙 엠엔비에서 시집을 내자고 했을 때 냈더라면 시를 계속 쓸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은 생긴다.
죽어버린 시심이 다시 살아 날 수 있을까?
다시 시를 쓸 수 있을까?
등등
이틀에 걸친 생일잔치가 있었다.
한판 푸닥거리를 한 것처럼 피곤하다.
무엇보다 한달치도 넘는 양의 말을 했다는 것이 에너지를 소진하게 한 것 같다.
근간에 부쩍 시골로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따뜻한 남쪽 섬.
아무 생각없이 똘갓을 뜯어 김치나 담궈 먹으며
그 좋아하는 바다에서 조개나 캐면서
된장이나 고추장을 담궈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아님 뭐 전세금 빼내서 가면 죽기야 할라고.
고대광실 대리석을 깔지 않는다면 집을 짓고도 남을 돈인데
귀를 뜷지 않았으니 귀걸이 살 일도 없고
성향상 잠자리 날개같은 옷을 입고 싶은 욕망도 없으니
남편도 없는 것이 자식도 없으니
늙으면 정부에서 쌀 나오겠다 차비 나오겠다 의료 혜택 주겠다
뭐더러 여기서 치열하게
것도 다른 세계보다 백만배는 더 치졸해야만(아님 유능하거나)
살아 남을 수 있는 영화판에서 이러고 있는지 회의가 인다.
영혼이라도 팔아서 만들고 싶었던 영화도
과연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하고자 했는지 모르겠다.
혹시 내게 촌년이 가진 문화적인 허영심이었나? 싶기도 하고.
그렇담 그렇게 배 곯고 뒷다리 뻣뻣하게 가렛톳 서 가메 참았어야 하는 이유가 없었지라고 생각하면 아닌 것도 같고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안하던 생각들이다.
무조건, 이유없이, 해야만 했던 일들이었고
그래서 행복했고, 황홀했고, 설레던 일이었는데
온 세상이 다 무심해져 버렸다.
더 이상 시니컬할 이유조차 사라진 것이다.
지킬 것도 없고 되고자 하는 것도 없다.
이건 예전에 내가 가진 허무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그 동안 난 너무 치사한게 산 것 같다.
직업상 그랬을까? 아님 나라는 작자가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까?
돌아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었는데
가치 척도를 어디다 두고 살았는지,,,
그래봤자 다 지난 일이고 소용없는 일이지만.
산다는 것.
산다는 것.
산다는 것.
이
무엇인가,,,이걸 이번 이뭣고의 화두로 삼아야겠다.
*나를 좋다고 하는 사람을 이해 할 수 없었다고 말하던 한 아짐의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나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해 할 수 없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