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어느날 사랑이여 / 최승자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 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다고도 말하지 말며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다오.
내 팔과 다리를 꺾어
네 꽃병에 꽃아다오.
* 웃음이 나왔다.
헛웃음이.
그런 거였구나.
하하하.
그래야만 하는 거였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런거지 뭐,,,그랬다.
아직도 진정성과 진실을 꿈만 꾸고 사느라고
굴레와 멍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리 살아야 하니
바쁘겠구나.
그 껍질을 벗지 못하는 한
맑음도, 고요함도, 안온함도, 다 거짓이고 멀어져만 간다는 것을
알겠지.
알면서 그러는 걸 누가 뭐랄 수 있겠어.
인생없는 일생을 후회만 하고 살겠다는데 말릴 수야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