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오은희씨 작품, 뮤지컬 '달고나' 공연장서 찍어 왔다.
그리운 것들은 친구처럼 다 오래된 것들 같다.
어제는 재즈 페스티벌에 가려다가 그 전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땅이 너무 질척거린다는 제보를 받고 가지 않았다.
대신 친구가 불러내서 밥을 먹었다.
나보다 더 좋아하는 내 친구랑 머슴애 친구랑.
이 머슴애는 이번 시나리오 사건이 난 시나리오를 쓸 때 죄없이 불려와서 불륜적인 연애 한 사건을 죄 고백을 하면서 심리를 묘사하기 위한 것이라는 내 취재(사실은 취조)에 응해 줬던 아이다.
자동차 잘 못 대 놔서 딱지도 떼고 마누라한테 지 말대로라면 뒤지게 욕 얻어 먹고 그 때 벗어 놓은 잠바 아직도 집에다 두고 안 가져간 놈.
유부남이 유부녀를 사랑하다가 채이고 울고 부는 놈 달래느라 친구 속 깨나 썩히던 놈.
근 10킬로가 빠져서 결국 친구가 그 여자를 잡아다 만나게 해 줘서 늙어서 만나주기로 약속하고 달랬었다.
지금은 생각도 안 난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만날 때마다 그걸 미끼로 놀려 먹으면 얼굴이 울그락푸르락해져가지고는 내가 언제 그랬냐면서 달겨드는 쓸대없이 착한 놈이다.
말도 아주 잘 듣는다.
그래도 니가 남자잖냐 하면서 궂은 일 시키면 한 번도 가난하게 산 적없는 외아들 티 안 내고 여자를 위하는 자기의 드 넓은 마음을 한껏 자랑하며 오방 생색을 내면서도 시키면 시키는데로 다 한다.
그 놈이 해남 다녀와서 멸치랑 호박이랑 무화과 가져 왔다고 어제 친구랑 셋이 만났다.
머리를 깎아야만 생각을 할 수 있느냐면서 호되게 혼을 내던 내 친구 왈.
벼룩이 간을 빼 먹고, 거지 똥구멍에서 콩나물을 빼먹지 어떻게 나를 등칠 수가 있느냐면서 방방 뜨는 나더러 사기는 원래 가까운 사람이 치는 것이고 벼룩이 간이랑 거지 똥구멍에서 빼 먹는 콩나물이 얼마나 맛있는지 먹어 본 사람만 안단다.
독하게 살란다.
이 보다도 더 독하게 살라면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3총사 친구 중 하나가 자살을 한 이후 넌 그렇게 보낼 수 없다면서 내가 조금만 엄살을 부리면 안산서 득달같이 달려 오고 날이면 날마다 하루 두세통씩 전화를 걸어 컨디션을 묻는다.
그 친구가 송사를 가장 강력하게 말렸다.
송사는 아무나 하냐고 하면서 자기는 돈이고 나발이고 간에 니가 받을 상처가 더 아프다면서 잠을 잘 수가 없어 건달이라도 붙여주고 싶었는데 결정 잘했다고 맛있는 거 사 줄테니 원도 한도 없이 먹으란다.
그래봤자 배 차면 그만이지라고 내가 대답했다.
밉상이다.
밥 먹으면서 팔 아프다는 나더러 시끄럽다면서 자기는 애 셋을 뽑아서 그런지 허리에 힘도 없고 아프단다.
좋아하지도 않는 고기를 것도 불 냄새만 살짝 맡으면 된다고 덜 익은 걸 자꾸만 익었다고 우기면서 내 앞에 가져다 놓는다.
머슴애 친구 왈.
"아야 저것이 언제 고기 먹어 봤어야 먹을 줄 알제 냅 둬라. 고기도 먹어 본 놈이나 먹제. 촌년."
이에 반박을 한다.
"잘 먹어. 이건 안 익어서 그렇지"
"그러니까 못 먹는 거지. 이건 다 익은 것이여"
참나, 시뻘건 피가 분명히 가운데 있는데 익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것도 모자라 우기기까지 하다니.
도대체 날 뭘로 보고 그러는지.
참고로 비스킷처럼 바삭바삭하게 구워진 거, 거의 과자려니 생각되게 구워진 고기만 먹는다. 아니면 양념이 아주 진하게 되서 고기 아닌 척 하는 고기만 먹는다.
이 무서운 고기에 관해서는 너무나 많은 기억들이 있다.
멀게는 어릴 적에 간혹 상에 오르는 고기에 혹시 내 젓가락이 닿을까봐 째려보는 엄마의 눈길이 매질보다 더 무서워 스스로 "난 고기를 싫어해"라고 주문을 걸고 의도적으로 먹지 않았었고 이후엔 낚시 따라갔다가 잉어 눈과 마주친 사건 이후 그나마 먹던 고기, 생선이고 육고기고 아주 딱 떼서 영양실조까지 걸린 적도 있다.
병원에서 먹으라고 강요를 해서 지금은 피하지는 않지만 그런 내가 잘 먹는 고기가 있다.
족발과 개고기다. 그건 아부지가 땅 넓고 하늘 높은지 모른 채 자라지 않던 내게 늘상 먹이던 고기였다.
지금의 날 보고는 절대 이해 불가한 일이지만 조회 때 줄을 서면 맨 앞 줄, 책상도 맨 앞자리에 앉을만큼 어찌나 작고 깡 말랐던지 아부지는 늘 속상해 하셨고 그런 나를 위해 낸 묘안이 값이 싼 족발이나 개를 길러 어제 그제 날마다 나랑 놀던 검둥이나 백구, 그리고 재둥이들이 학교 갔다 오면 어느새 내 밥상에 올려 놓는 것이었다.
형제없이 혼자 자라서 그런지 애정을 몽땅 쏟아서 강아지 없어지면 끙끙 앓으면서 울고 불고 시름시름 아팠었다.
그걸 먹지 않으려고 아부지한테 엄청 맞고 눈물깨나 흘렸던 기억이 있는데 친구 말처럼 먹어봐서 그런지 지금도 잘 먹는다.
그 이후 개를 좋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눈길이 가는 놈이 있으면 애써 외면한다.
그리고 닭도 잘 먹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그 닭 비린내가 싫어서 별로다.
더 솔직하게 말을 하자면 채식류 아닌 것을 먹으면 응가에서 냄새가 난다.
그것이 죽도록 싫었었다.
다른이들도 그런 경험 있는지 모르겠지만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응가도 안하고 사는 것처럼 착각을 하는 편이라서 냄새나는 응가를 용서하기 싫었었다.
하하하하.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웃기는 일이다.
돌아 오는 길에 친구가 멸치를 덜어 줬다.
해남 촌년 아니랄까봐 꼭 시골에서 사다 먹는다.
우리 친구들은 요즘 말로 웰빙음식만 먹고 산다.
된장도 고춧가루도. 쌀이든 뭐든 다 시골에서 부쳐 오거나 사다 먹는다.
먹던 것에 익숙해서 그럴 것이다.
우리 어릴 적엔 농약을 치고 싶어도 못 치고 살았다.
배추 벌레도 손으로 잡고 고추가 병에 걸려 다 타들어가면서 죽어도 농약을 못쳤다.
거름도 소나 돼지 막에서 나온 지푸라기에 섞인 응가들과 사람 대 소변으로 대치했다.
그건 유기 농법이라거나 사람이 먹을 것에 농약을 치면 안 된다라는 의식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화학 비료를 뿌리거나 농약을 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살 돈들이 없어서 그랬었다.
결론은 좋은 것만 먹고 산셈이이니 좋은 일이긴 하지만 도시 사는 사람들은 농사 짓는 사람들을 농약이나 풍덩풍덩 치면서 농사지어 팔아 먹는 순 사깃꾼 취급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그나저나 저 멸치를 어찌 하나.
멸치 국에 넣어 먹는 거 외엔 잘 못한다고 했더니 갖은 양념을 해서 밥 위에 올리고 쪄 먹으란다.
하이구 인물 났어.
차라리 날 찌고 말지 멸치를 쪄 씩이나?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음식이 상추쌈이라고 말하는 사람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멸치를 볶는다거나 계란 후라이를 하거나 미역국을 끓이는 요리처럼 어려운 요리는 없다고 본다.
사표 내고 약초나 키우면서 살겠다는 머슴애 친구 놈.
정년까지 가지 뭘 사표 내냐고 말리니 하는 말.
"넌, 내가 방송국에서 썩기 바라는 모양인데 나도 이제 나도 좀 찾고 내 인생 좀 살아 봐야겄다."
" 너 사표 쓰는 그 순간 진짜 너 잃어 버린다 이놈아. 뭘 몰라도 한 참 몰라요. 년봉 일억은 아무나 받는 줄 아냐?"
흐미나, 어디다 저를 잃어 버리고 사표까지 내면서 찾아댕길라고 그러나?
삽질이나 해 봤는지 쨔식, 약초는 뭐 저절로 자라는지 아나보네.
놈은 건축과를 나와 건축 기사를 하던 중 현장에서 사고로 �겨난 뒤 카메라를 잡아 지금 모 방송국서 스포츠 국 카메라맨으로 일하고 있다.
경기가 끝나면 일이 끝나는 만고강산에 없는 직업인데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녀석같다.
그나저나 뒷 골이 자주 땡기는 게 이상타 했더니 혈압이 90/60이란다.
저 혈압이 더 무섭다고 했는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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