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간만에 티비를 봤다.
태왕사신기.
내가 방송국에서 가장 좋아했던 감독이다.
좋아보다 더 좀 쎈 강도로 표현하자면 존경비스무레까지 갈 정도다.
"너 아니었으면 방송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칭찬에 인색한 감독님이 쫑파티 때 해 주신 말씀이다.
나 아닌 모든 스텝들에게 그리 말 했으리라 여겨진다.
그러니 어찌 아니 좋아할 수 있겠는가?
그 외에도 내가 모신 감독들이나 같이 일 한 분들은 다 훌륭하신 분들이다.
인복인 것 같다.
횡인뢰(연애의 시대), 장수봉(마당 깊은 집), 정세호(청춘의 덫), 김종학(모래시계), 이태곤(변호사들), 박성수(아일랜드), 김윤철(내 이름은 김삼순). 외 쩜쩜쩜.
태왕사신기.
어마어마한 작품이었다.
여하튼지 보고 감탄한 나머지 굶기를 밥 먹듯 했고 잠 못잔 날들이 이어지던 그 숱한 촬영기간 동안 했던 고생을 생각하면, 그리고 정작 방송이 시작되자 우리 스텝들은 그 드라마를 보지 못했고 마지막 24부 방송 3분의 2지점부터 방송을 볼 정도로 바빠던 일이라 이가 갈리지만 그런 분과 함께 모래시계 조연출을 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이어지던 100분 토론.
골깨나 아팠다.
도덕과 현실이 어떻고 저떻고,
주제는 간통죄를 두고 설전을 펼지는 중이었는데.
글세, 난 모르겠다.
도덕은 도덕일 뿐 법으로 심판할 수 없다는 이야기와 점점 개인적인 사회가 되어 가는데 욕망을 어찌 주저 앉힐 것이며 그건 사생활이란다.
으하하하하.
이불 속 이야기는 법으로 잴 수 없다나 어떻다나?
이불 속에서 공중 곡예를 하든 이단 옆차기를 하든 나와 아무 상관 없으니 그건 그렇다고 해 두자.
해서, 그러면 된다고 하는 것과 안 되는데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안 된다고 해도 하고 있는 일들이 많으니 이왕지사 할 거면 차라리 그런 죄책감 가지지 말고 하라인가?
-난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거짓말을 하나 하고 스스로 용서 할 수 없는 일은 그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란 것에 얽매어 그 죄책감에 평생을 헤맬 것 같은데, -
그럼 면죄부가 주어지는 건가?
생각도 못하냐? 라는 말이 여기에 쓰여지는 말인가?
모르겠다.
어쨌든 난, 살인할 생각을 품었다면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생각한다.
법적인 제도의 문제도 아니고 타인의 시선이 따르는 잣대의 문제도 아니다.
세상 그 누구도 모를 일이지만 마음에 남는 그 무서운 죄책감이 법을 폐지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워나아아아아아기 이상한 세상이라서 법을 폐지하면 마치 우리가 어릴 적에 받았던 교육 중에 북한 공산당이 머리에 도깨비 뿔이라도 달린 사람처럼 생각할 정도로 세뇌를 당했듯이 당연하듯 받아들이게 되는 날이 올지도.
이상하다.
그 법이 폐지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키자는 사람들의 생각도 폐지하자는 사람들의 생각도.
사람들은 어쩌면 그런 세상을 바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해 본다.
이 땅의 정의를 위해 부르짖어 본 적이 없어 할 말도 없지만 남의 것 탐내고 빼앗고 사람 목숨 잡초 제거하듯이 지 맘에 안 들면 패고 죽이고 그래야만 생존 할 수 있다.
기존의 도덕은 다 죽고 새로운 도덕설이 나와서 마치 망나니의 직업정신 운운하며 이건 시대의 흐름이니 따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죽지 않기 위해선 남을 죽여야 한다고 도덕 교과서가 바뀌어 당연한 일을 했는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이렇게 부르짖을 날이 올 것 같다.
다행인 것은 내가 그때까지 살아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비단 간통법 하나만 두고 하는 하는 말은 아니다.
난, 내가 막말로 간통에 의해 태어난 사람이기 때문에 더 광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문제는 지금까지 살아 온 내 인생의 100분의 99.8을 좌지우지 하는 문제인 관계로다가 스스로 내 엄마와 아부지는 사랑을 해서 날 낳았다고 자위하며 산자로서 경험없는 사고들이 언어화 되고 활자화 되서 판치는 꼴이 웃기기만 한다.
시대가 바뀌어 요즘 아이들은 어쩐지 몰라도 당시엔 소년원에 들어 간 아이들 뒷 조사하면 집안이 어쩌고 저쩌고 마치 소설 쓰듯 엮어낸 현실들을 접하면서 얼마나 스스로에게 칼을 들이대고 살아냈어야 하는지를 안다면 저리 말 할 수 있을까?
내가 그랬으니 니들은 틀리고 나만 옳아 뭐 그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리 들린다면 내가 문제일 것이다.
법으로 막고 창녀 거리를 없앴다고 몸 파는 여자들이 지금 없는가?
이렇게 생각한다면 할 말이 없어진다.
돌았나 보다.
웃기는 생각이 하나 스치고 지나간다.
영토 쌈을 하든 식량 쌈을 하든 전쟁을 하는 그곳에 맨 먼저 생각해서 군인보다 더 먼저 주둔을 시키는 몸 파는 여자들 집을 생각하는 남자들이나 또 그걸 이용해 몸을 팔겠다고 나서는 년놈들을 보면 그냥 물건처럼 사고 팔고 코드 맞는 사람끼리 그러고 사는 것도 무방할지 모르겠다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대화가 오고 가야 할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야, 거기 가봐. 걔 끝내 줘."
그러면서 좋은 것은 서로 공유하며 서로 권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서 수많은 구멍 동서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말 사이좋게 지내자를 몸소 실천하며 평화롭게 잘 지내는 사회가.
하나님은 이왕지사 인간을 만드실 때 좀 더 세심한 배려를 해서 진정으로 종족 보존을 위해서 꼭 흘레를 하고 살아야만 한다면 동물처럼 발정기 때만 하게 만드실 것이지 아무리 하늘 아래 땅 위에 완벽한 건 없다고 한다지만 그래도 우야둥둥 내 말을 믿으라고 하려면 제대로 만들 것이지 어쩌다가 저런 실수를 해가지고 설라무네 인간들을 저리 복잡스레 살게하시고 그러셨을꼬나.
미스테리야.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난다는 말을 철두철미하게 믿는 관계로다가 콩도 안 심고 콩 안 나온다는 원망따윈 해 본적 없지만 팥을 심었는데 넘이 따 가도 말도 못하고 타협한 그 간에 내가 한 일을 보면 등신이 춤을 춘 것 같다.
-갑자기 떠 오른 생각 하나.
미니시리즈 찍을 때 같이 일하던 사람 중에 친하게 지낸 분이 있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책임감도 강했고 일도 일사천리로 처리하던 유능한 분이었다.
어느 날 그 분과 술을 마셨다.
이런 저런 말 가운데 기억에 남는 말.
"그 XX같은 년이 줄 듯 줄 듯 하면서도 안 주고 사람만 미치게 만드는데 뒤지게 패고 싶더라고. 어디 있는지도 알고 어떻게 생긴지도 알고 지가 갖고 있는지도 알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도 아는데 말이야"
비꼬듯 한 마디 던졌다.
"음식이라 생각하니 안 줬겠죠. 그리고 그게 물건이예요? 주고 말고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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