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아직도 스텐드 바가?

monomomo 2007. 9. 30. 11:01

 

난 궁뎅이가 무겁다.

술을 마셔도 1차 2차 3차 이렇게 차수 바꾸면 집으로 와 버리거나 아니면 죽지 못해 따라 다닌다.

다행이 어른이 된 후에 내가 주도적인 술 자리가 더 많아 그럴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다.

 

어제,

어째 으실으실 한 것이 몸이 많이 심상찮아서 평소 사시사철 으뜸 가리개만 하고 사는 내가 티셔츠랑 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옥돌 매트를 켜고 이불을 포옥 뒤집어 쓰고 찜질하듯 드르눴다.

-잠깐 새자면 내 친구 왈 우리 집 개는 말 참 잘 들어. 드르눠도 잘 해. 드르눠가 뭔데? 영어야? 아니 드르눠어. 발라당 눕는 거 드르눠어. 뒤집어지게 웃었다-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면서 오만가지 꿈을 꾸며 드루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저 혹시 모모님 댁 아닌가요?"

굵은 중 장년의 남성 목소뤼,,,

"맞습니다만,,누구??"

"아,,저 미국에 사는 누구 남편입니다"

헉, 아니 세상에나. 목소리 톤을 높이며.

"아,,예에~~안녕하세요오? 어디세요오?"

"한국입니다아."

"와아~~그래에요오?"

-순간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았었다. 그 남자가 내게 전화 할 일이라곤 친구가 죽었다거나 뭔 그런 아니고서는 있을리가 없지 싶어서-

그리고 만났다.

엽기적으로 나다니는 거 싫어하는 날 위해 그가 집 앞으로 왔다.

사실은 내가 새털 보다 더 가벼이 몸을 날려 나가고 싶었으나 어디로 오라고 할 수 없는 그의 입장을 고려해서 그나마 내가 아는 이 동네로 오라고 했다.

안다고 해 봤자 장어집 하나랑 낙지집 하나 그리고 회무침 집이 전부지만서도.

미국에서 먹기 어려운 목포 세발 낙지 집에 가서 연포탕을 먹으면서 둘이 소주 3병을 마셨다.

집 사람 이야기 좀 해 달란다.

음주 가무만 못하고 다른 것은 다 잘했다고 기억을 더듬어 일일이 예를 들어 가며 좌아아아악 해 줬다.

사실 그랬다.

워낙 잘나고 똑똑하고 괜찮았으나 친구 아닌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 만큼 도도해서 교만하다 생각이 들 정도로 적도 많았다.

-참고로 내 친한 친구들은 성질이 좀 까탈스러워 나 아닌 친구들이 드물다. 혈액형도 다 AB형이다. 애들이 말하기를 넌 왜 걔랑 친하냐고 물을 정도. 하여 겨우 이해할려고 한 생각이 넌 똑똑한 애들만 좋아하는구나, 아니면 별종이야라고 생각해 버린다. 나 한테는 안 그러지만 성격들이 좀 지랄 같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들끼리는 친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서로 성격 좀 이상하지 않냐고 물을 정도. 그저 내 친구니까 서로 봐줄 뿐. 이해가 안 갈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다 친군데 지들은 나만 지친구고 내 친구는 그냥 니친구라 했다. 그런데 지금은 늙었는지 서로 잘들 지낸다. 그 친구한테 간다고 나 포함 6명이 매달 한 통장에 적금을 붓고 있다. 입 안에 곰팡이 필까 봐 걱정 될 정도로 지독히 말이 없는 아이들이었는데 이제 중년의 아낙들이 되서 그런지 제법 수다를 좀 떤다. 그러나 그들은 목숨을 내 놓을 만큼 의리가 있다. 성격이사 일생에 화를 내길 하나 짜증을 내길 하나, A형인 나만 좋으면 된 거 아닌가? 난 성격 좋은 거 별로 관심 없어 한다.-

공부면 공부, 체육이면 체육, 그림이면 그림, 글이면 글 어디 내 놔도 다 자랑할 만큼 다 잘하는 친구였다.

음주는 조금 할 줄 알았지만, 가도 조금 하긴 했으나, 무는 나나 지나 뭐 오십보 백보 잴 것도 없이 그 동네 근동엔 발은 고사하고 눈도 안 줄 만큼 관계가 머어어어얼다.

친구 남편은 신기해 하면서 들었다.

나와 맞는 점이 있었다면 둘이 말이 통하고 세상 것에 무심한 시니컬과 시큰둥이었다.

내가 해 주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은 후 친구의 남편은 부인을 이해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단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좋은 엄마이긴 하나 아내로선 별로였다면서

내 아이를 저렇게 이뻐하고 잘 보살펴 주는 사람이 아내 말고 또 있으랴 싶어서

내가 참는 것이 가족의 평화를 지킬 수 있으려니~~하고 참고 살았단다.

한 번도 아내에게 싸워서 이겨 본 적 없고 늘 화해도 자기가 먼저 건넸다 한다.

게다가 잘못하지 않았어도 잘못했다고 빈단다.

일찌기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난 후 그리 하기로 작정을 했단다.

근면하고 검소하고 성실하고 남 돕고 이 땅에 좋은 것만 다 하고 살라해서 남자를 전혀 이해 못하는 여자라고도 했다.

내가 해 준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제 아내의 완벽주의를 이해 할 것 같다고.

안 봐도 비디오다.

그 친구는 성격상 그리 살지 않으면 아마 지가 저를 달달 볶아서 죽었을 것이다.

친구 남편이 갑자기 아내가 보고 싶다고, 출장 다니면서 아내가 보고  싶기는 처음이라고.

한 시간 후면 일어날 시간이니 시간을 때워 전화를 같이 해 보자며 2차를 가자 했다.

2차라면 기겁을 하는 내가 무거운 몸을 새털보다 더 가벼이 날려 2차를 갔다.

노래를 부르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백주 대낮이 아니라도 넘의 낭군캉 단 둘이 노래방이라뉘.

야아깐 뻘쭈름 해 하는 나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그가 노래방 말고 여럿이 노래 부르는 곳으로 가잔다.

헉. 그런 곳을 내가 아놔 이솨?아. 이럼서 속으로 쭝얼쭝얼 거릴즈음.

황공하게도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이름하야 스텐드 빠아.

세상에나, 이 동네에 이런 곳이?

그 간에 눈을 감고 다닌 것도 아니고, 것도 전철역 바로 앞에 있었는데도 몰랐다뉘.

쩝,

들어 갔다.

친구 남편은 미국으로 27년 전 이민을 간 사람이다.

하여 한국에서의 기억은 지금 세계 12위던 말던 개발 도상국 시절 27년 전에 멈춰 있다.

당시엔 스텐드 빠가 아주 많았단다.

이 집은 오늘 이 남자의 향수를 달래 주기 위해 잠시 눈 앞에 나타났을 지도 몰라.

어제도 없었고 내일도 없을 건데 지금도 다른 사람 눈엔 안 보이지만 우리 눈에만 보이는 집일 지도 몰라. 그럼서 들어 갔다.

역시나 여럿이 있는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곳이었다.

노래를 불렀다.

내 친구가 이 남자에게 반해서 결혼한 이유가 노래를 잘 불렀기 때문이라고 말할 만큼 노래를 잘 불렀다.

나 더러도 노래를 부르란다.

크으~~

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단 둘이 갔으니 누구 부른 다음에 부르겠다고 댈 수 있는 핑계거리도 없었다.

연 거퍼 두 곡을 불렀다.

-참새와 허수아비. 너를 사랑하고도-

 

저번 미국 온다고 그랬는데 뭐가 힘든지 못 온 것을 이야기 하며  출장 가면 꼭 전화해서 내 대신 만나 보라며 친구가 말하기를 맛 있는 것도 많이 사 주고 기쁘게 해 주라고 오라고 했단다.

하하하.

기쁘게.

기뻤다.

-잠시 새자면, 와..이 단어 무좌게 생소하네. 기쁨, 즐거움, 행복, 어떻게 다르지?-

 

쑈 시간이란다.

크헐.

어떤 여자가 채찍을 들고 나와 춤을 췄다.

온 몸에서 가린 곳이 오로지 한 군데.

것도 가리비라는 조개의 껍질 크기만한 아주 작은 헝겁으로 모자이크 처리하듯 사알짝 가린 척 해 놨다.

누굴 때릴 것도 아니면서 채찍은 왜 들고 나?는지..거 참 나 원.

아무튼, 그 여자가 쑈를 끝내더니 부르지도 않았는데 우리 자리로 와 쌩긋 웃으며 서 있었다.

험마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도 여잔데 여자랑 둘이 앉아 술마시는 곳에 와설라무눼 날 졸로 보나 싶었다.

30센티도 안 되는 거리에서 친구 남편 어째 쭉지에 딱 달라 붙어 있는 넘의 여자 알몸을 보노라뉘 거시기 했다.

친구 남편이 팁을 줬다.

여자가 가고 난 후 한 마디 하기를 나쁜 집이었군요.

하하하하하하.

나쁜 집?

그냥 빵긋빵긋 웃고만 서 있던데 뭘 어쨌다고?

속으로 엄청 웃었다.

뭔지는 몰라도 뭔가가 동했군, 그러니 저리 말하지 그럼서.

귀여운 남자였다.

 

친구한테 전화를 하고 뭐 기타등등 집으로 왔다.

 

구구절절 쓰기가 귀찮아 그냥 마무리함.

이 정도도 충분히 구구절절한가?

 

 

 

친구 남편이 처음 부른 곡과 내가 처음 부른 곡 올린다.

 

영사운드-등불

Auto

 

조정희-참새와 허수아비

 Click Play

 

'그냥,,,그저,,,그렇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진강.  (0) 2007.10.05
은둔중  (0) 2007.10.01
딜레탕트님이 감자를 갈래셔서.  (0) 2007.09.29
Bic Runga - One More Cup Of Coffee  (0) 2007.09.28
Supertramp  (0) 2007.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