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시쯤 누웠다.
생각지도 않았고 뭔지도 모를 망상이 눈 앞을 어른거릴 때마다 저절로 "주여~~!"를 외쳤다.
이즈음 부쩍 그런다.
잠이 들려고 하는 순간이 느껴지려는데 내가 정말 자고있는지 염탐이라도 하는 듯 귓가를 맴도는 모기 소리.
그 어떤 일침도 별반 소용없는 나를 벌떡 일어나 체조하게 만드는 이 놈.
아니 내가 아무리 인심이 좋기로서니, 조금 더 양보해서 나 운동 시킬 목적이었다고 생각을 한다해도 니들 종족 보존을 위해서 피까지 선심 쓸 의사는 없다 이말이지.
도끼눈을 뜨고 두리번거리다 모기를 발견하고 한 방에 잡아 손 끝으로 어디론가 팅겨버렸다.
내가 니 시체까지 처리해 줄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말이지.
그야말로 어느 권투 선수의 말을 빌자면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쐈다. 뭐 대충 그런 날쌘돌이였다.
이 번엔 "다시는 모기로 태어나지 말거라" 이 말도 안 해 줬다.
그러고 다시 잠을 청한지 얼마쯤 지났을까?
선배한테 전화가 왔다.
끼야아아아아악~~!
"자니?"
"웅"
"지금 시간이 몇신데 자?"
"몰라. 아퍼"
"맘이?"
"아니, 몸이"
"병원 가야지"
"싫어"
그리고 이어지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뭔 공사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아몰랑몰랑몰랑몰랑 그러고는 끓었다.
물을 한 잔 마시고 다시 드러 누우려니 거시기했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가관이었다.
추석 지나 달이 점점 여위어 가는데 그 것들이 다 내 얼굴에 와 붙었나 보다.
잘 밤에 무엇을 먹는다는 것.
그건, 아마도 그것이 무엇이든 독일 것이야.
이 날의 이 억울함을 기록해 놓고 다시 자려고 컴퓨터를 켰다.
어제 동료 직원이랑 수원 가는 초행 길을 물어물어 가는데 질문은 똑 같아도 답들이 달라서 많이 헤맸다.
같이 동행한 동료 직원 남자는 인품으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어디 하나 나무랄데없는 사람이다.
성실하고 검소하고 겸손하고 능력까지 갖춘 분이다.
헌데 어제 처음 안 사실이지만 그에겐 조바심이란 것이 있었다.
운전석에 타자마자 목적지에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다른 운전자들에게 차를 세우고 묻고 또 묻고.
아무리 아는 길도 물어보자라는 속담이 있기로서니 서울서 수원을 일단 가고 나서 물어야 할 것까지 다 물어 보는데,,,길치인 나로서는 뭐 할 말도 없지만 좀 답답했다.
아,,이거였구나.
나란 사람은 아흔 아홉가지 좋은 점이 있어도 이 한가지 답답함에 그 아흔 아홉가지 장점이 다 소용이 없이 숨막혀 하는 타입이구나.
반대로 뭐 한가지만 좋으면 아흔 아홉가지 단점도 아무상관이 없이 지낼 수 있다.
-그 아이도 내게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쭈욱~~끝까지 직진하다가요 좌회전 받으세요"
"쭈욱~~끝까지 직진하다가요 우회전 받으세요"
저마다 사람들은 자기가 다니던 길을 안내 해 주는 것이었다.
끝까지 가라는 그 끝이 어딘지 끝까지 알 길이 없었으나 어찌어찌 찾아가서 일을 성사 시키고 오긴 했다.
세상엔 정도가 없다. 뭐 이런 짧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니 내가 지금 다시 잠을 잔다한들 내겐 정도다아~ 이말이다.
헤헤헤헤.
취침 시이자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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