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주절주절주절.

monomomo 2007. 10. 6. 21:16

오늘 밤도 잠 못자고 헤맬까 겁이나 산책을 가기로 했다.

몸이라도 아주 직살나게 피곤하면 골아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맘으로.

술을 마시면 물론 금방 잘 수 있다.

헌데 자꾸 체력이 딸려서 이제 그짓도 쉽지 않다.

술이야 늘상 마시는 것이지만 그래도 근 이년 동안 한달에 이틀 정도 빼고 줄그리장창 먹어댔으니

한강까지는 아니라도 족히 연신내 정도? 것도 아니라면 최소한 홍제천 정도는 이뤘을 것이니

어디가 특별히 고장 나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적적이긴 하다.

목적도 없이 원도 한도 없이 걷다가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난 시장을 좋아하한다.

딱히 무엇을 살 계획이 없어도 재래시장을 생각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왠지,,,

 

톱밥 속에서 펄쩍펄쩍 살아 날뛰는 암게를 사 왔다.

간장 게장을 담그기 위해서다.

요 앞 블러그 떡국을 본 사람들은 믿겨지지 않겠지만 난 사실 음식을 잘한다.

다만 혼자 먹자고 뭔가 만든다는 것이 귀찮아서 안 할 뿐.

그렇다고 돈 주고 사다 먹는 반찬을 즐기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조리를 하지 않아도 되거나

복잡하지 않게 해서 먹는다.

일단, 게를 깨끗이 씻어 놓고 간장이랑 물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끓여 식혔다.

마늘, 매운 고추, 양파, 생강을 넣고 차곡차곡 게를 담았다.

간장을 붓자 게들이 팔딱거리며 난리가 났다.

혼자 속엣말을 했다.

어쩌겄냐, 내가 먹고 살아야 것으니 억울해도 니들이 희생하는 수 밖에.

그 중에 한 마리가 남았다.

좀 큰 놈이었다.

힘도 가장 세고 보통은 큰 게다리 중 집게 하나씩 떼어져 있었으나 그 놈은 집게 발가락이 떼지지 않았다.

그걸 조심했어야 하는데,,,속으로 안되겠다 이 놈은 그냥 삶아서 소주랑 먹어야겠네 그러고는 옆으로 치워 놓으려고 무심코 만졌는데, 아뿔싸, 눈 깜짝 할 사이에 손 가락을 물린 것이다.

순간적인 일이었는데도 왼쪽 가운데 손가락에서 시뻘건 피가 철철 흘렀다.

손톱을 �어버린 것이다.

이런이런,

그냥 웃었다.

그래, 나는 니들을 맛나게 먹겠다고 오만 자극적인 양념을 넣은 간장을 들이 부었는데 이까이꺼 뭐.

그래도 그렇지 손톱을 �어?

바로 냄비에 넣고 삶아 버렸다.

짜샤가 냄비 안에서 요동을 친다.

살아 있는 거 먹겠다고 조리하는 거 안 하려고 했었는데,

쩝.

그러게 누가 니들더러 인간 아닌 걸로 태어 나라데?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닌데 비 맞은 중 마냥 중얼 거렸다.

어쨌든, 저것들도 생명을 지켜 보겠다고 날 뛰고 있는데,,,싶기도 해서 생명에 대한 내 태도에 대해 잠시 반성을 했다.

이 때 지나면 도로아미타불이 될지얹정 삶에 대해 좀 진지하게 어쩌고 저쩌고 기타 등등.

이건, 내 것을 지 것이라 우기면 그냥 꼼지락 거리다가 만 비굴한 태도가 떠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고

화장실 갈 때 맘과 올 때 맘이 다르다는 걸 뼈져리게 느끼는 최근 몇몇 사건이 떠 올랐기 때문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별명이 비놀리아였던 기억이 난다.-아직도 그대로네라는 카피로 유명한 비누 광고-

그 아직도 그대로인 내가 게에 물려 피를 흘리고 나서,,,

생각나는대로 주절주절주절,,,

게장 담그고 나자 감명깊게 봤던 베스트 극장 하나 떠 올랐다.
소설가 양귀자가 쓴 소설 원미동 시인, 거기 삽입된 시인 황지우 시 한 구절.
"여보, 우리 심심한데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죽어 가는 게 눈깔이나 구경할까?"

 

일단 체력 보강을 위해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더라 그럼서 고기도 사왔다.

으흐흐흐.

 

잘 쪄진 게에다 소주나 한 잔하고 취중 작업을 시작해 볼까 한다.

 

솔낭구님(전라도 사투리)

내 걸음으로 가파른 길 딱 70걸음입디다.

부러 세면서 걸었습니다.

시간 제때 맞춰 오면 서해 안산 산, 산 꽃게로 만든 간장 게장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 먹을 기회가 주어질 지도.

딜 아줌쒸 샘을 내드이 말드이 와서 한 번 잡솨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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