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출근길 풍경.

monomomo 2007. 10. 23. 08:48

출근 길 버스 안에서 라듸오 프로그램 오프닝 멘트를 들었다.

"위험한 일에 빠져드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위험한 일이다. 무엇을 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은 없으나 성공할 수도 없다"

무좌 유명한 사람이 한 말이라는데 들었는대도 기억은 없다.

그리고 덧 붙여서 또 뭐라고 했는데 까 먹었다.

무슨 꿩 궈 먹는 소린지.

 

내 옆자리 츠자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데 어찌나 크게 듣던지 밖으로 새 나왔다.

내 바로 뒷자리에서도 이어폰 새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건넛편 여자는 휴대폰으로 티비를 보는데 그 소리 또한 만만찮았다.

그리고 그 뒷 남자도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라듸오에서는 디제이가 중얼 거리고 사방에 다섯개의 사운드가 합해져서 뭔 소리가 뭔 소린지 소란스러웠다.

속으로 무지 많이 연습을 했다.

"저기요, 볼륨 좀 줄여 주시겠어요?"

그러고 상대들 얼굴을 한 번 훔쳐 보니 세상에나 음악 삼매 황홀경에 빠져서 심지어 고개를 까딱거리며 듣고 있지 않는가~!

이럴 때 딱 운전을 할 줄 알면 차를 당장 사고 싶어진다.

물론 운전면허는 있다. 20년째 지갑에 고이 모셔져 가끔 신분증 대용 노릇 이외엔 그 쓰임새가 없긴 하지만-운전 주행 연습하다가 멀쩡하게 서있는 남의 집 대문 한짝 작살 내고 대문 두짝 물어 낸 후 두번 다시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아~~!! 어쩌란 말이냐??? 시계를 한 번 보고,,,저이가 먼저 내릴까? 아님 회사 가는 시간이 얼마 남았지?

얼마나 참으면 될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죽도록 연습한 말을 끝내 하지 못하고 회사까지 왔다.

실천하지 않음으로 위험할 수도 있는 순간을 모면했다.

물론 불편함을 감수하긴 했지만.

내가 힘들어 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소리와 냄새다.

난 눈으로 보는 것엔 뭐 그닥 민감하지는 않다.

그러니 집 안 꼴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살 수 있는 재주가 있지 않나 싶다.

어찌 어찌 안 보고 싶은 것은 눈을 감아버리면 되는데 소리와 냄새라는 것은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버스 풍경 또 하나.

요즘 버스중에 새로 나온 버스의 좌석 배치가 이상한 것이 마치 기차처럼 마주 보고 앉아서 한쪽 의자에 앉으면 뒤로 가는 자세로 가는 버스가 있다.

내가 탄 버스가 오늘 그런 버스였다.

바로 내 앞자리에 어떤 여자가 앉더니 앉기가 무섭게 핸드백을 열고 화장품을 꺼내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시간에 �겨 그냥 나온 것 같긴 한데 기초 화장품부터 색조 화장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해 나갔다.

연필로 눈섭을 그리고 아이라이너를 바르는데 거의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이 조그만 손 거울을 들여다 보고 열심히 그렸다.

내가 만일 화장을 하고 다닌다면 그림을 워낙 못 그리기 때문에 아마도 화장이 아니라 변장을 한 것 처럼 보일 것이다.

어쩌면 그걸 알기에 화장을 안 할지도 모른다.

못 하는 건 안 하는 걸로 못하는 걸 노출 시키지 않는다는 무식한 방패박이.

으흐흐흐.

예전 부터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르는 화장 하는 포즈 하나가 있다.

바로 마스카라를 할 때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 그 각도를 달리하면 하품하는 듯이 하는 포즈다.

왜 눈에 마스카라를 바르는데 입을 움직이는 것일까?

그녀는 립글로스를 바르고 입술을 딸싹여 골고루 펴 바르는 걸로 마무리를 했다.

참으로 용감한 여자였다.

 

지난 밤을 설쳐서 그런지 점심을 먹고 들어 왔더니 잠도 솔솔 오고 해서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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