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이 없으면 안되는 일이라고 처음부터 그렇게 말 했거늘
아니라고 했다.
그런 줄 알았는데 자꾸 엇나가서 정중하게 건의도 했다.
사기는 아니더라도 빙자하지는 말자고.
달라진 것 같았다.
3천배도 하고 어쩌고 마음을 비운 사람처럼 보여졌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란 것이 증명되는 순간
헛 웃음이 나왔다.
이젠 뭔 뭐를 한다나 어쨌다나.
말로만 번지르르하게 그토록 주장하더니
속셈이 따로 있을 줄이야.
조금만 참고 최선을 다하면 어쩐다나 저쩐다나.
아는 건 어찌나 많은지 말로는 감당이 안됐다.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냔다.
왜 그렇게 위선을 떨어야만 했을까?
결국은 장삿꾼이었는데, 어리버리하게 속고 말았다.
속은 내가 바보지.
한 번도 가난하게 살아보지 못한 자가 봉사 운운 할 때 이미 알아 봤어야 하는데.
사람들을 가차없이 쳐 낼 때 이미 어느정도 알긴 했지만
온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논리를 펼치면
다 자기 생각대로 움직여지는 줄 아는 사람 같았다.
봉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본인은 알까?
뭔가 정리를 하려다가 더 맘만 심숭생숭해지는 어제였다.
이걸로 이젠 정말 끝이다.
나도 이젠 J 처럼 끝이다.
더 이상 생각 조차 하지 않기로 하자.
이렇게 해서 십 몇년의 관계가 무로 돌아 갔다.
어떤이가 떠나면서 "돈은 잃어도 사람까지 잃지는 마십시오" 라고 말해
충분히 알아 들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병신이지.
누구를 원망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