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장석주/일인분의 고독.

monomomo 2008. 4. 22. 15:26

장석주/일인분의 고독.

 

여행을 다녀와서 이 시를 읽었을 때 푸른색 고딕체 문구가 딱 지금의 내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놓은 것 같아서,,,

..........

 

당신이 내게 보인 뜻밖의 사적인 관심은 나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관례적 방식을 빌기는 했지만, 당신의 '사랑한다'는 고백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기뻤습니다. 잎을 가득 피워낸 종려나무, 바다에 내리는 비, 그리고 당신. 그것은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의 목록입니다. 기름진 경작지와도 같은 당신의 황금빛 몸, 물방울처럼 눈부시게 튕겨오르는 당신의 젊은 사유, 그리고 서늘한 눈빛을 상상만 해도 나는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그런데 사랑이라니! 와디를 아시는지요. 사막의 강, 우기 때 물이 흐른 흔적만 남아있는 메마른 강. 난 그런 와디나 다름없어요. 누구도 받아들일 줄 모르는 인색하고 협량한 마음의 와디. 당신이 흐르는 강물이 되어 내 협량한 마음의 와디를 가득 채우고 흐르길 오랫동안 꿈꾸었지요. 나는 당신의 강물로 내 죽은 뿌리를 적시고, 마침내 잎과 꽃을 피워내고 열매 맺기를 꿈꾸었지요. 아아, 하지만 나는 그걸 흔쾌히 수납할 수 없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랑이라는 과실을 깨물어 그 넘치는 과즙의 열락을 맛보고 싶은 욕망이 없는 건 아니예요. 몇 날 며칠의 괴로운 숙고 끝에 나는 당신의 사랑을 거절하기로 마음을 굳힙니다. 부디 내 거절의 말에 상처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는 이미 낡은 시대의 사람이고, 그러니 당신이 몰고오는 저 야생의 수목이 뿜어내는 신선한 산소를 듬뿍 머금은 공기에 놀라 내 폐가 형편없이 쪼글아들지도 모르죠.

 

그러니 나를 가만 놔두세요.

 

더 정직하게 말하죠. 나는 너무나 오랫동안 혼자 잠들고, 혼자 잠깨고, 혼자 술마시는 저 일인분의 고독에 내 피가 길들여졌다는 것이죠. 나는 오로지 어둠속에서 일인분의 비밀과 일인분의 침묵으로 내 사유를 살찌워 왔어요. 내게 고갈과 메마름은 이미 생의 충분조건이죠. 난 사막의 모래에 묻혀 일체의 수분을 빼앗긴 채 말라가는 죽은 전갈이죠. 내 물병자리의 생은 이제 일인분의 고독과 일인분의 평화, 그리고 일인분의 자유를 나의 자연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거기에 서 있으면 됩니다. 어느 해 여름 우리는 바닷가에서 밤하늘에 쏟아져내리는 유성우를 함께 바라봤지요. 그 때 당신과 나의 거리,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그 거리를 유지한 채 남은 생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

 

꿈이 있다면 들꽃을 보면서,,,강촌에 사는 것.

이것이 마지막 내게 남은 꿈이다.

 이미자 -  강촌에 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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