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일이었다.
가지 않았다.
21살 청년 옆에 나란히 21살 처녀 같은 모습을 하시고 있을 초상화로 된 영정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마음으로 기도했다.
살아서도 못 봤는데 마음이면 됐지 싶었다.
지난 가을 아버님 기일에 갔었을 때도 엄마의 산소는 먼발치에서만 보고 왔다.
누군지도 모르는 수 많은 봉분 가운데 있는 것을 보는 게 영 내키지 않아서다.
그저 마음으로만, 눈길로만 쳐다보고 왔다.
"거기 잘 계시지요?"
살아 생전 엄마를 보기 위해 가면 항상 내게 말했듯이 대답을 해 왔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어했던 말.
"그래, 난 잘 있으니 다신 오지 말거라"
엄마가 좋아하는 싯귀에 곡을 붙인 노래로 마음을 달래 본다.
꿈과 근심
밤 근심이 하 길기에
꿈도 길 줄 알았더니
님 보러 가는 길엔 반도 못 가 깨었네
새벽 꿈이 하 짧기에
근심 짧은 줄 알았더니
근심은 근심으로 끝 간 데를 모르겠네
만일 님에게도 꿈과 근심 있거든
차라리 근심이 꿈 되고 꿈이 근심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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