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monomomo 2009. 2. 12. 13:58

 

친구를 보내고 나서 몸살기까지 포함해 마음까지 한 동안 앓았다.

 

서로 말을 하지 않고도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그런 친구가 내겐 몇 명 있다.

죽고싶을 때마다 생각나서 그 친구를 만나러 미국을 두 번이나 다녀 올 정도로 그 중 가장 잘 통하는 친구다.

지금은 떨어져 산 기간이 더 많아졌지만 가까운 친척이기도 하고 기억컨데 일곱살부터 같이 놀았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화가가 꿈이였지만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착하고, 이쁘고, 영리하고, 그림 잘 그리고, 글 잘 쓰고, 운동 잘하고, 신앙도 깊고, 친구들의 이야기도 잘 들어 주고, 조언도 잘 해주고, 술과 담배, 춤과 노래만 빼고 못하는 게 없는 친구다.

167에 54킬로그램. 몸매도 고등학교 때 그대로다.

지금까지는 좋은 엄마로 사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부터는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 친구와 열흘 동안 여행도 다니고 함께 보내면서 해남 사람들이 즐겨먹는 감태 김치, 부추 봄동 생 겉절이, 톳 무침, 건 파래 무침,시래기 나물, 갓 물김치, 갈치 구이와 조림, 생 새우젓, 꽃게탕, 산낙지와 연포탕, 바지락 칼 국수, 쑥 떡.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미국에서는 먹기 쉽지 않은 음식들만 만들어 먹고 사 먹고 그랬다.

그래도 못 먹인 먹거리들이 많다.

녹두 빈대떡, 갓의 붉은 물이 우러나 밴 봄동 물김치, 멸치 국물 우러낸 가는 국수 말이. 무즙 잔뜩 넣은 냉 모밀, 열무 김치 등등.

 

그 친구와 함께 고향 친구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마음의 본향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러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쩝,

지극히 개인적이고 근원적인 존재에 대한 외로움, 절대 고독, 그로 인한 관계의 쓸쓸함이었다.

이건 인력으로는 안되고 종교의 힘을 빌어 신앙으로 극복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 들어 벗어 놓았던 십자가 목걸이도 걸고 다니고 성격책도 읽고 찬송가도 들어 보지만 역시나 쉽지 않다.


사람이 오죽 못났으면 가는 맘은 접고, 오는 맘은 막으면서 연애(변명:짝 사랑은 많이 해 봤다. 짧으면 3일에서 길면 석달. 정신적인 연애도 해 봤다) 한 번 못 해보고 늙어서 추억 할 것도 없이 오십줄에 앉을 걸 생각하니 조금 억울하긴 하지만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취한 것이 없었으니 잃을 것이 없었다는 것.

지금도 연애를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죽으면 썩어질 몸,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이냔 말이지.

 

인간 관계는 나쁘지 않은데 왜 나와의 관계가 이렇게 안 좋은지.

나는 도대체 언제쯤 나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 수 있을 건지.

살고 싶은 생각이 1원어치도 없지만 죽지 못하는 이유를 굳이 대라면 핑계에 불과하겠지만

한 사람을 정신적으로 기만했다는 사실이 아직은 힘들고 그 밖에도 법률적인 죄를 지은 적은 없으나 구업을 쌓은 것들을 회계하고 용서 받고 싶은 욕심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즈음 리빙라스베가스 영화에서 니콜라스케이지가 맡았던 극작가 벤의 마음이 너무나도 이해가 간다.

그는 죽으려고 라스베가스로 갔지만 라스베가스는 너무 화려해서 싫고 나는 뉴욕에서 죽고 싶었다.

지저분하고 회색의 느낌이 좋았다.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그 곳에서.

상해의 뒷 골목도 죽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명은 제천이라지만 지금 우리나라 여자 평균 수명으로 본다면 36년이나 더 살아있어야 한다.

70이 넘어야 인생의 참맛을 알고 즐거움을 안다고 하니,,,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이 놈의 눈물샘은 언제쯤 마를 건지 우는 것도 아닌데 슬프지도 않으면서 툭하면 눈물이 흐른다.


직업도 길바닥 인생이었고, 지 지난 해부터 전국을 그렇게 돌았건만 무엇이 부족한지, 아니면 타고나길 장돌뱅이 운명이었는지 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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