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
쏟아지는 잠
텔레비젼 브라운관 하단에 흘림자막으로 생생하게 전해지는 소식
바로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과 사고
어느 전설 속에 어떤 컷인지 가물가물 흐릿흐릿
간 유리 밖 풍경처럼 희미하고 아련하게
요동치는 세상을 보면서 미동조차 없이
잠잠하고 담담하게 바라만 볼 뿐
절망이란 꿈을 꿨던 자가 느끼는 감정
희망을 가졌던 자의 몫
비몽사몽간에 소리와 자막들이 뒤엉키고
절망이 뭔지 모른 채 세상과 결렬하고 막잠에 빠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