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서 재수없는 말 가운데 "에이, 재수없어" 이 말보다 더 재수없는 말도 드물 것이다.
그래서 그런 말, 즉 악담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니 그런 말을 들을 행동을 하고 싶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헌데, 난 오늘 그런 재수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들이 나에게 재수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표정으로 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에이~~재수없어"
안 봐서 모르긴 하지만 나 나가고 난 뒤 어쩌면 문 앞에다 소금을 뿌렸을지도 모른다.
자전거 사고가 나고 두달 가까이 움직이는데 많이 불편했다.
텃밭에 다녀 오다가 건널목 턱에 걸려 넘어져서 꽃미남들의 부축을 받고 집으로 배달된 나는
그 날 이후 거의 두문불출 집에만 있었다.
왼손이 어중뗘서 가뜩이나 어눌한데 오른손 마져 쓰기 어려워졌다.
지금도 멍이 가시지 않을만큼 된통 넘어졌다.
사람들은 병원에 가보라고 하는데 나는 가지 않았다.
콩알만한 크기로 손목에 잡히는 혹같은 것은 뭔지,
숨을 들이 쉴 때마다 허파가 찢어질 것 같았지만 원인을 아는 이상...
아프지만 않는다면 죽을 병이래도 움직일까말까 하는데 죽을 병도 아닌데 뭘, 쩝.
그리고 겨우겨우 담배나 사러 가는 일을 제외하곤 텃밭에도 가지 않고 집에만 쳐박혀 있었다.
케이티엑스 왕복 차비 줄테니 놀러 오라는 친구들과 술을 먹자고, 밥을 먹자고, 조개 구이 사 준다고, 회 사 준다고, 냉면 사 준다고 등등등 충분히 내가 유혹을 느낄만한 먹거리를 들이대면서 꼬드겼지만 불러내는 사람들의 호의를 무시하고 집에만 있었다.
그렇게 두분불출 하다가 오늘
나갔다.
두어달 전 사다 놓은 해물라면도 떨어져 가고 냉장고도 텅텅 비어 먹거리도 시원찮아 나서긴 했지만
며칠 전 간만에 우편물을 보는데 전화 요금에 문제가 있다는 걸 발견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겸사겸사 나갔다.
어라? 전화 요금에 왠 가입비가 청구 되어 있을꼬나?
난 전화 생긴 이래로 앞에 공일공으로 바꿔야만 한대서 바꾼 것 외에는 단 한번도 뭘 바꾸거나 한 적 없는데, 뭔 가입비?
그것 말고도 대여섯 가지 일들이 밀려있었지만 그거야 뭐 그러거나 말거나 시간이 맞으면 하든지 말든지.
대리점에 갔다.
여차저차해서 왔노라 하니 그러냐면서 이러저러한 것들을 묻고 하는 말.
오늘 뭐시깽이들이 통합을 했으니 전산 처리가 어쩌고 저쩌고(이렇게 표현하는 이유는 듣기는 했으나 설명이 불가하므로) 해서 모른단다.
내일이나 모레 오란다.
헐, 이 무스그 소리? 나더러 이 더위에 또 나오란 말이여?
그러니 내 표정이 얼마나 재수없는 사람의 표정이 되었겠는가?
이성은 웃어주라 하는데 감정이 웃어주지 못하겠다 하시니 하기 쉬운 놈하고 결탁하는 수 밖에.
게다가 이제 겨우 허연 머리카락이 일센티미터 될까말까 자란 이부갈이 머리를 하고 온 중늙은 여자의 표정.
그래, 속으로 손님은 왕이다, 고객이 어쩌고 저쩌고 교육을 받은 관계로다가 나의 그 재수없는 표정에 대고도 살살 웃으면서 대하는 그 종업원이 무슨 죄가 있겠나 싶기도 했지만 쉽게 얼굴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
난 이럴 때 꼭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
전화를 확 없애?
생각해보면 요즘 전화기 참 나쁘다.
난 걸고 받는 것만 하면 되는데 뭐 그렇게 기능이 많은지...기능이 많거나 말거나 상관은 없다. 하지만 사용도 하지 않는 나같은 사람은 괜히 비싸게 사야하는 폐단이 있다 이말이다.
티비는 티비로 보고, 음악은 엠피쓰리나 오디오로 듣고, 문자는 전보로 보내고(이건 좀 오바?) 그러면 되는 것을 오만때만 것을 다 추가해 놓고 오질나게 비싸게 파니...이거야 나 원 참.
진정 통합해야 하는 건 따로 있는데 엉뚱한 것들만 통합해놓고 설라무니 나처럼 선량한 기계치들을 머리 아프게 하다뉘이.
이건 분명 두통약 회사와 모종의 결탁이 있었을게야.
그러지 않고서는 이럴 수가 없어.
해서 나는 마지막 나오는 그 순간까지 얼굴을 풀지 않고 아주 꼬진 표정으로 한마디 던져 주고 나왔슴돠.
아이,,,정말,,,그 다음은 쩜쩜쩜.
나도 덕분에 쩜쩜쩜이 되었다는 말입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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