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저녁의 게임이 개봉을 했다.
많이 축하해 주고 싶다.
만들어졌다는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개봉을 하지 못하고 힘들어한다는 소식 이후 처음 들은 소식이였다.
저녁의 게임,
영화 꽃을 든 남자 조감독을 마치고 그 영화 프로듀서를 했던 감독에게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조감독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감독은 한국방송에서 카메라맨을 하시다가 문화방송으로 옮겨 조연출, 연출을 거쳐 영화 꽃을 든 남자의 프로듀서(기존 영화 프로듀서와는 약간 다른)를 하고 있었었다.
어떻해든 작품에 필요한 돈을 결재 받아야 하는 나의 입장과 어떻해든 돈을 줄여야 하는 그의 입장차로 참 많이도 싸웠다.
그런 그가 영화가 끝나고 내게 던져 준 시나리오 한 권.
저녁의 게임이였다.
당시 나는 영화계 전체를 통 털어 그 게런티는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을 정도로 가장 비씬 게런티를 받고 일을 했었는데 그는 내가 받은 액수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을 제시하며 조감독을 의뢰했다.
당시 나는 오정희 원작의 완구점 여인 (훗날 김소영 감독이 이미 만들어서 포기하고 한강 작품인 여수의 사랑으로 바꾸어 만들었지만) 을 단편으로 영화화 하고 싶었던 터라 일단 시나리오를 읽었고 쾌히 그러마고 약속을 하고 각색 방향도 잡고 그랬었다.
헌데, 이제야 만들어지나 저제야 만들어지나 아무리 기다려도 꿩 궈 먹은 소식에 유야무야 잊혀졌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기획 된지가 1997년. 무려 12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너무 답답해서 꼴통인 감독의 끈질김이 결국 이 영화를 만들어지게 한 것이다.
천재가 아니라면 꼴통이라도 되야하는데,
난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