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일은 나랑 아무 상관없었고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안 순간,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은 그 어떤 불편한 일들이 벌어지더라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고, 남이야 전봇대로 이빨을 쑤시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았으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주의였다. 아니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불구경도 안 했고, 누가 전봇대로 이를 쑤시는지 조차 몰랐으며, 굿판에도 가지 않았으므로 떡 먹을 기회는 더 더욱 없었다.
그래서 행복했나?
모르겠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건 도망 다니기 바빠서 숨이 가쁘기는 했으나 복잡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즈음, 무지하게 소란스럽다.
어찌저찌하다 주어진 일이긴 하더라도, 최상이 아닌 차선책으로 선택한 일이지만 음모와 저의가 없다면 쉬이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똑 같은 말을 반복할 때마다 마치 보험회사 영업사원 같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하지만 뭐랄까? 딱히 이거라고 꼬집어 규정 지을 수는 없지만 커다란 덩어리 같은 것이 내내 가슴 속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미묘한 것은 있었다.
그 덩어리의 모습은 이야기들이었다. 처음엔 구석구석에서 원자로 꼬물대던 것들이었는데 세포분열을 하더니 어느새 내 안에서 자리를 잡고 세력을 확장하고 덩어리가 되어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여, 그 덩어리를 꺼내 모양새를 갖춘 뭔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자로 정리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숫자 혹은 활동에 치중해서 기록하는 방법 외에 시대의 흐름을 따르려면 이야기가 담긴 영상을 만들어 그 효과를 확대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