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봄 이야기

monomomo 2014. 5. 25. 21:32

 갈아 업고

벌레 죽이고

퇴비 나르고

퇴비 펴고

비닐과 짚으로 덮고

 

그러는새 꽃은 피고

제가 다니는 회사입니다.

 사무실에서 내려다 본 모습/저런 꽂들이 다섯배 정도 여기 저기 피어있습니다.

작물 심을 준비 완료

 

 

고추 심고 풀로 도랑 덮고

이건 뭘까요?

서진아 국장님이 옆에서 농사를 짓는데 오늘 묻는 말

"저 밭에 저건 뭐예요?"

"풀이요"

하하하

 

풀을 뽑고 난 모양입니다.

언제 저걸 다 뽑을까나요?

무릎이 아프고 발목도 아프고

풀 뽑으면서 드는 생각 하나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모르겠더라구요.

답이 없었습니다.

그냥 합니다.


풀 뽑은 모양이 좀 이상하죠?

여기서 좀 뽑다 저기 가서 좀 뽑다

어쩌지? 어떡하지? 갈아 엎어?

아니다 뽑아 봐?

별별 생각을 다하면서 지은 죄도 없는데 여기 저기 돌아 다니며 무릎을 꿇고 뽑다 보니 저 모양입니다.

(제가 무릎을 꿇는 경우는 딱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술 먹고 변기통 앞에, 또 하나는 밭에서 풀님에게)

뽑다 보면 다 뽑힐 날이 있겠지요.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것이 눈이고 가장 부지런한 것이 손이라 했으니,..

 

여기서 퀴즈

저 풀 밭에 무엇을 심었을까요?

맞추는 분께는 저 무엇을 수확하면 드리지요.

힌트) 5년후에나 수확할 거니깐두루

기다리십시오.

 

이건 뽑다만 밭 풀 속에 있는 더덕입니다

이건 전혀 뽑지 않은 밭 풀을 뜯어내니 풀 속에 숨어 있는 도라지입니다.

 

저 코딱지만한 애들을 어떻게 살리면서 풀을 뽑을 수 있는지 연구 중입니다.

풀은 뿌리가 어마무시하게 크고 저것들은 어리고.

핀셋으로 뽑을까? 생각도 해 봤지만 그러고 있노라면 내 생에 다 못 뽑을 것 같아서 그냥...

산 놈은 살고 죽을 놈은 죽고 다 지 팔자려니 하고 뽑으려고 합니다.

엎드려 풀을 뽑는 내 모습을 보고 옆집 농삿꾼 할아버지가  한마디 합니다.

"이걸 어째? (끌끌끌) 내 뭐랬어? 도라지는 뭐 거저 입으로 들어 가는 줄 아나보지?"

"그냥 풀 뽑지 말고 자연스럽게 자라라고 할까요?"

"재네가 풀한테 못 이겨! 부대껴서 다 죽는다고. 100명을 밭에 깔아봐라 이 풀 다 뽑히는가"

"놀메놀메 뽑을래요"

"오지기 말은 안 들어요. 제초제 한 방이면 끝나는데 고생을 사서 하고 있네"

-속으로-그러게요. 그걸 몰라 제게 이러고 있어요"

 

이상!!! 지난 봄 밭 이야기였습니다.

저건 토요일 일요일 이야기구요.

직장은...머리 뽀샀습니다.

마을기업 사업계획서 검토하랴, 보고서 작성하랴, 영상 마무리 작업과 또 만들 것 원고와 기획하랴, 행정업무와 기타 등등, 거기다 발까지 다치고

몸이 하나인 게 원망스러울 만큼 심정적으로 어마무시하게 힘들고 피곤한 봄 날들이었습니다.

 

바쁘고 부지런하고 열심히 산다한들 뭐하나 싶은 맘이 듭니다.

비가 와서?

글세요.

어쨌거나 빗줄기가 굵어 집니다.

좋습니다.

농삿꾼들에겐 단비입니다.

이 번 비 아니었으면 전국민이 아마 반 이상은 굶어 죽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봄 가뭄이 심했거든요.

 

퀴즈 맞추신 분들은 알아서 연락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