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슬픔이 열개면...

monomomo 2002. 6. 18. 11:41





슬픔이 열 개면…….





수년 전에 싸이판으로 여행을 간적이 있다.

그야말로 순수하게 휴식 여행을…….


그 해 겨울, 이 땅을 뜨겠다며 모든 짐을 다 버렸다.

어쩐지 이 땅보다 분명 나하고 어울리는 땅이 있을 것 같았다.

이 땅이 날 몰라준다고 건방진 육갑을 떨며 열등감과 우월감 사이를 밤새도록 헤매었다.

그때 마신 술을 모았으면 한강을 이뤘을 것이고, 그때 쏟은 눈물을 모았으면 연신내를 이뤘을 것이다.

정말이지 그때는 72시간 동안 1초도 자지 않고 한끼도 안 먹고 술만 마신 날도 있었으니까.

왜 그렇게 죽고싶었는지……아직도 모르지만 그때는 정말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죽고 싶었다기보다 살기가 싫었었다.


보디히트에 나오는 케서린터너처럼 이국적인 곳에서 이방인이 되어 사는 인생도 그닥 나빠보이지 않았다.

먼 곳에 대한 그리움.

그런 곳을 찾아냈다.

샌프란시스코-산호세-스트로우벨리……지금은 실리콘 벨리가 들어서서 어쩐지 모르겠지만,

그 곳에 갔을 때 나는 그 곳에서 죽어도 좋을 만큼 멋진 풍경을 보며 마음을 정했다.

금문교 아래 앉아 고향바다와 연결 되었을 바다(태평양)를 바라보며 이국 땅이긴 했지만 전혀 낯설음을

느끼기 못했으니까.

ㅡ그래! 바로 이곳이야! 이리로 오는 거야!ㅡ

그러나 그건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버렸고 …….

일 복이 터져서 일주일에 닷새씩 새벽이 될 때까지 일을 하다가 사무실 의자에서 잠을 자가며 일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일년 넘게 일을 하다가 프로그램이 끝나자 갑자기 생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방법을 몰라

헤매고 있을 때 무료 비행기 티켓을 선물 받았다.

그래서 간 곳이 싸이판이다.

모르는 곳에 가서 잠이나 원 없이 자보고 싶어서 아무 생각 없이 간 곳.

정말로 3박 4일 동안을 죽은 듯이 잠만 잤다.

아마 그 때 잠을 다 자버려서 요즘 이렇게 잠을 잘 못자는 것이 아닌가 생각 되어질 정도로.

바쁠 땐 그렇게 짧게만 느껴지던 하루가 어찌나 길던지…….

그때 묶었던 숙소에서 일하는 아줌마가 연변에서 온 아줌마였다.

잠에서 깨어나면 밥을 먹으러 나갔다 잠깐 산책을 하고 숙소에 와서 또 자기를 반복하다

어느날 그 연변 아줌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연변은 그때까지도 아직 대 가족 제도였을 때였다.

연변에 아들과 딸, 남편, 그 밖에 식구들을 다 두고 혼자 먼 이국 땅으로 돈을 벌러 온 그 연변 아줌마가

안 돼 보여서(쓸데 없는 동정심이 늘 문제다.) 위로를 해 준답시고 한마디 했다.

“ 고생이 많으시네요! 식구가 많으니까 어려움도 많죠? ”

“아니요? 식구들이 있으니까 참을 수 있어요. 그리고 식구가 둘이면 슬픔이 둘이니까 좋아보일지 몰라도

기쁨도 둘 밖에 없잖아요? 식구가 열이면 슬픔이 열인 만큼 기쁨 또한 열이예요."

아! 그런 게 있었구나.

슬픔이 열이면 기쁨 또한 열이구나.

지금까지도 가슴에 두고두고 남아있을 만큼 감동 받은 얘기지만,

난 아직도 열 개의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생각 보다 한 개의 슬픔을 막는데 급급하다.


그런데 갑자기 왜 수제비가 먹고 싶은 걸까?

연관성 없는 생각들이 고개를 디밀고 올라올 때마다

나는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몹시 당혹스럽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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