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따라 간 것이 화근이었다.
그때 그 눈만 안 봤어도 지금처럼 식성이 까다롭진 않았을 것이다.
그 눈을 보기 이전엔 곧잘 고기도 먹고 그랬다.
지금도 전혀 안 먹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질 않는다.
고기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단 한번도 들지 안는 걸 보면 단지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싫어한다에
훨씬 가깝다.
어느 해 가을 아는 이를 따라서 밤 낚시를 갔다.
그는 낚시의 진 맛을 모르면서 무슨 인생을 얘기 할 수 있겠냐며 늘 놀리던 사람이었다.
꼭 인생을 얘기하고 싶어서 따라간 건 아니었지만 전혀 아니라고 볼 수도 없었다.
그렇게 딱 잘라 말한 그의 말에 분명 숨어있는 뭔가(딱히 인생이 아니더라도) 있을 것도 같았고,
내심 인생 정도는 얘기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모두 다섯명이 낚시를 갔었는데, 다들 낚시 광이었다.
춘천 어디쯤에 있던 낚시터였는데 거기가 어디인지 지금은 기억에 없다.
-엄청나게 천재적인 방향치. 모든 길을 항상 처음 가는 길처럼 갈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이 있음-
우리는 배를 타고 들어가 호수 한 가운데 바지선처럼 떠있는 방갈로에 자리를 잡고 낚시를 시작했다.
늘어가는 빈 술병에 비해 잡히는 고기의 숫자는 턱없이 반비례 되고, 그들의 낚시 실력에 면박을 주자
낚시는 기다림의 미학이라나? 어쩐다나? 변명을 늘어 놓았다.
-영화도 기다림의 예술이라고 영화계에서는 말한다.-
-그렇담 영화와 낚시는 같다? 도리도리-
나는 낚시보다 달빛이 교교히-이 단어 달빛 외에 써 본 사람 있나요?-
흐르는 밤 호수의 정취에 취해 망상의 나래를 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낚싯대에 매달린 방울이 아주 심하게 울려댔다.
모두들 흥분이 되서 낚싯대를 들어 올리는 걸 지켜 보고 있었다.
나도 궁금하긴 했다.
와우? 엄청나게 커다란 고기가 낚싯줄에 매달린 채 뜰채에 건져 올려졌다.
모두들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지르며 기뻐서 난리가 났다.
그런데, 거기서 나는 보지 말았어야만 되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달빛에 반사되는 잉어의 눈 빛에서 역력하게 드러났던 살고싶다는 의지를 읽은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것이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안더라도 죽음에 대한 공포심은 인간과 특별히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요사스럽다고 생각 할지도 모르지만.
그날 이후 나는 고기를 먹지 못하고있다.
잉어의 눈에 중첩되는 수 많은 눈들이 나를 쏘아 보고 있는 듯해서.
원래는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먹는 잡식성이었는데.
식성이 까다롭다고 구박도 많이 받았고 불편함도 많았다.
두 세명이 만나는 사적인 작은 모임에서부터, 작게는 50명에서 500명까지 단체 행동을해야 하는 직업상의
모임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먹거리 문제로 많은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문제는 나보다도 나와 함께 한 이들이 더 고생이 많았다.
그들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고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 후,
생선류도 안 먹다가 지금은 먹는다.
그 문제로 어찌나 고민을 했는지 상담을 할 정도였다.
그 상담원은 말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하나님이 그렇게 만들어 놨다고.
그래서 생선은 다시 먹기 시작했다.
좋아하기도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가 크다.
병원에서는 고기를 먹어야 되는 체질이라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감정이 그러하니 몸에서도 받지 않는다.
사실 맛도 없고.
백년도 못 살 인생… 몇 백년을 살겠다고…살아있으면 됐지 감정까지 다쳐가며 고기를 먹으랴!
난, 눈들이 무섭다!
*많이 먹진 않아도 고기처럼 느껴지지 않게 요리해 놓은 것은 먹음.
*눈가리고 아웅.
*고로 식성이 까다로운 게 아니라 마음이 까다롭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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