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격
혼자 남아 일을 마친 시간이 열시가 조금 넘어서 였다.
회식자리에 도착했을 땐 다른 직원들은 이미 알딸딸하게 취해있었다.
늦은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셨다.
회식자리의 대화라는 게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별 큰 의미 없이 시시껍절한 화제들로 메꿔지기 마련이다.
관심이 없으면 바로 옆 사람이 하는 말도 듣지 못하는 귀를 가진 나는,
처음부터 합세한 자리가 아닌데다가,
그런 자리에서는 별로 말을 안 하는 성격이라,
여기저기 편이 갈려 하는 이야기를 건성으로 들으며,
대개의 경우 귀를 닫고 아무 상관 없이 혼자 놀기에 여념이 없는데,
가슴을 패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얘기의 시작이 어디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쉬 듣기에는 거리가 좀 멀었는데도 들렸던 걸 보면,
청각이 얼마나 심정적인 감각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한 직원의 어머님이 임종 시 한 말이다.
“ 어떡하다 니가 내 아들이 되고 내가 니 엄마가 됐는지!…….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
난 이런 말 할 자격도 없는데…….
미안 하다…….
내가 잘못 했다…….
잘못한 게 있더라도 용서해라…….
난 다 잊었다…….”
그 말을 듣고 테이블 위에 엎어져서 한참을 일어날 수 없었다.
자식을 잃으면 세상을 다 잃는다는 모든 어머니들.
그렇담 나는 잃을 세상이 없어서 행복해야 할진데,
잃을 게 없다고 해서 특별히 얻어지는 것 또한 없으니,
허튼 생각 하나가 머리를 스친다.
어머니를 잃으면 자식들은 무엇을 잃을까?
“……난 다 잊었다.”
그 말은 오랫동안 이명이 되어 가슴에서 떠나지 않았고,
그 말을 들은 이후엔 어떤 말도 들을 수 없었다.
*매운탕이 무지 맛있었던 집이었는데…….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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