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1 사무실(낮-회상15년 전)
구정이라 한산한 사무실, 몇몇 사람들이 모여 고스톱을 친다.
여자, 고스톱을 치고 남자, 옆에서 훈수를 둔다.
둘은 처음 만난 사이다.
짱짱, 옆에서 수상한 눈초리로 그들을 힐끔힐끔 쳐다 본다.
고스톱이 끝나고, 돈을 딴 이가 술을 한 잔 산다고 나가자고 한다.
나가는 일동.
S# 2 단란주점(밤-회상15년 전)
남자,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여자에게 술을 권하고 싫지 안은 듯 받아 마시는 여자.
남자, 여자에게 블루스를 산청한다.
선뜻 나가서 춤을 추는 여자.
점점 수상쩍은 눈으로 보는 짱짱.여자는 짱짱의 후배다.
S# 3 골목길(밤-회상15년 전)
골목길에 나온 일행들.
얼큰하게 취해있다.
남자, 갑자기 호주머니에서 티슈 한 장을 꺼내 여자에게 건네 준다.
남자; (티슈를 든 채-명령쪼로) 닦아요!
여자; ???
남자; 루즈 닦으라구요!
여자; 왜요?
남자; 내가 이쁜 것 알았으니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 주지 마세요.
짱짱; 참참참!!!
웃으며 티슈를 건네 받은 여자, 입술을 닦아낸다.
어리둥절해 하는 짱짱.
짱짱; 참참참!!!
이렇게 연애를 시작한 남자와 여자.
알고 봤더니 남자에겐 약혼한 여자가 있었다.
뜨겁게 뜨겁게 연애를 하고 있다가 나중에 안 사실.
남자는 여자와 연애를 하기위해 여자 몰래 약혼을 파혼했다.
남자는 죽일 놈 살릴 놈 소리를 감수하며 감행했는데 결과는 엉뚱하게 번졌다.
S# 4 (낮,카페-회상13년 전)
작은 카페.
여자; 당신이란 남자, 믿을 수가 없어요. 왜 저를 속였죠?
그 사실을 알았다면 당신을 만나지 않았었을 거예요!
남자; 그래서 말을 안 한 거야. 안 만나줄까봐.
여자; 나한테 비밀로 한 것도 용서할 수 없는데 거기다 파혼까지 한 걸 보면 더욱 더 믿을 수 없어요.
난 졸지에 임자 있는 남자 빼앗은 우스운 년이됐구요. 그러고 싶었어요?
남자; 아니야! 그 여잔, 널 만나기 전부터 정리하려고 했었어.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지금까지 끌고 온 것 뿐이었어, 진짜야!
여자; 진짜? 어떤 게 진짠데? 또 다른 여자 나타나면 그때도 지금처럼 말 할 것?
남자; 그렇지 않아! 넌 달라! 그 여자 이전에 널 만났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여자; 그걸 어떻게 믿어? 한 번 버려 본 여자 두 번인들 못 버릴까?
남자; 아니야! 넌 다르다니까?
여자; 뭐가 다른데?
고심하며 생각하는 남자.
남자; 일단 넌 시나리오를 볼 줄 아는 눈이 있고…….
여자; (픽 웃으며) 뭐? 참. 그걸 말이라고 해? 정말 이해 안 간다.
여차저차해서 뭉기적 거리던 그들 다시 만남을 재게 했고,
알콩달콩 연애를 또 하기 시작하나 보다 했더니 또 헤어졌다.
S# 5 카페(밤-회상9년 전)
작은 카페.
여자; 지금 결혼해!
남자; 안돼!
여자; 왜 안돼?
남자; 성공하고 난 뒤에 하자.
여자; 안돼! 지금 당장 해!
남자; 성공하고 난 뒤에 하자.
여자; 성공 못하면?
남자; 성공 할 수 있어.꼭.
여자; 그래? 그럼 헤어져! 성공해서 딴 여자하고 결혼해!
남자; ???
여자; 내가 당신한텐 성공하고 맞바꿀 가치도 없는 여자인 모양인데,
그런 사람, 난 필요 없어. 딴데 가서 알아봐!
그들은 헤어졌다.
여자는 뉴욕으로 유학을 가버렸다.
뉴욕을 간 짱짱, 여자를 만났다.
남자는 엄청 성공을 했다.
매체를 통해 알고 있던 여자에게 묻는 짱짱.
S# 6 (밤-뉴욕의 허름한 호텔)
싱글 침대가 놓인 허름한 호텔, 여자와 짱짱, 캔 맥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짱짱; 그 남자랑 헤어진 것 후회하지 않니?
여자; 절대
짱짱; 음
여자; 쓰레기 같은 부르조아가 돼 있더군.
짱짱; …….
*여자, 운동권이었다. 그 일로 짱짱과 많이 다퉜다. 그래도 도바리 칠 때 짱짱의 자취방에서 살았다. 그때도 엄청 싸웠다. 그 쓸데 없는 일을 왜 하느냐고. 여자는 뭔가에 서명을 하라고 하고 짱짱은 바위로 달걀치기 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러나 결국 여자가 원하는대로 됐다. 6,29 선언이 이루어진 것이다.
여자; 한 번 다녀 갔었어. 약속대로 성공했다고. 이제는 결혼하자고. 웃겨서.
무릎을 꿇고 다이아 반지를 올려 받치며 청혼을 하는데 참, 가관이더군.
그 꼴을 딴 사람이 못 봤다는 게 아까워.
여자는 그 후 딴 남자랑 결혼을 했고, 남자 역시 딴 여자랑 결혼을 했다.
S# 7 바닷가, 방파제(밤-2001-늦가을, 부산)
한 남자 한 여자의 손을 꼭 붙들고 얘기한다.
남자; 넌 알지? 내 맘? 내가 얼마나 걔를 사랑한지?
짱짱; 예!
남자; 애를 셋씩이나 낳고 살아도 그 여자, 그 여자는 잊을 수 없더라!
내가 한 일 중에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그 여자를 놓친 일이야.
짱짱; …….
남자; 그 여자 이전에도 여자들 많이 만나 봤고,
그 여자 이후에도 여자들 많이 만나 봤는데 그만한 여자는 없더라.
애를 셋씩이나 낳고 살아도 잊을 수 없더라! 잊을 수 없더라!
남자, 불콰해진 얼굴을 하고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리고 짱짱은 그 둘 사이와 친한 관계를 맺으며 둘에게 소식을 전해 주며 산다.
남자는 지금도 짱짱을 만날 때 마다 여자의 소식을 묻고 여자도 가끔 묻기는 하지만 미련은 없다고 한다.
*여자는 배우 뺨치는 미모에, 박사 뺨치는 박학다식에, 술이면 술, 그림이면 그림,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글이면 글, 연출이면 연출, 장르 불문, 이유 불문, 곡절 불문, 모르는 것이 없고 못하는 게 없는 여자다.
흔히들 아무리 잘났어도 뭐 하나는 잼병인 경우가 꼭 있는데 여자는 남자의 말처럼 정말 달랐다.
복도 많지……. 아들에, 딸에, 재력 있는 남편에, 전문 직업까지…….여자는 현재 문자 디자이너다.
그런 직업이 있다는 걸 여자를 통해 처음으로 알았다.
게다가 여자를 보고 뻑(?)이 가지 않은 남자를 본 적이 없다.
짱짱이 아는 사람 중에 할 줄 모르는 게 없다고 감히 말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잊을 수 없더라! 잊을 수 없더라!"
남자의 말이 쓸쓸하게 들렸던 건.
…….
…….
…….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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