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얼마나 심심했으면......

monomomo 2002. 6. 22. 10:48






엄마의 변명.




전철 안에서였다.

뒷모습으로 보아 예닐곱 살 정도 되 보이는 한 아이가 의자에 무릎을 꿇고 창 밖을 보며 계속해서 떠든다.

차창을 손으로 문지르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소리를 낸다.


어떻게 하면 덜컹거림 없이 부드럽게 풀어질 수 있을까? 여기를 고치면 저기가 덜컹대고 저기를 고치면

여기가 덜컹대고……이렇게 좋은 날에…… 놀러나 갔으면……지금쯤 연꽃이 피기 시작 할텐데……


부산하게 움직이는 아이의 모습이 조금은 소란스럽다 .

아이 때문에 생각이 더 이상 집중 되지도 않는다.

속으로 생각했다.

저 아이 엄마는 왜 주의를 주지 않는 걸까?

아이는 지나가는 전철역마다 큰 소리를 내어 안내 방송을 따라 하고 그때마다 귀신처럼 다음 정거장을 알아맞춘다.

아이의 엄마는 그때마다 잘 알아맞춘다고 칭찬을 해 준다.

주의를 주기는커녕 한술 더 떠서 칭찬을 해주는 아이 엄마의 얼굴엔 일종의 자랑스러움까지 엿보였다.

재주는 재주였다.

아이는 한번도 다음 정거장을 틀린 적 없이 알아 맞췄다.

아이가 이제는 급기야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생각을 포기하고 만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때 견디다 못한 어느 노인이 아이에게 한마디 던진다.

“이놈 조용히 해야지. 자꾸 떠들면 이 할아버지가 짬지 따 버릴 거야!”

참았던 사람들이 아이의 엄마한테 주의를 주지 않는다고 다 한마디씩 거든다.

그 말을 들은 아이는 고개를 엄마의 가슴에 파 묻으며 무너진다.

아이의 엄마 아이를 보듬으며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한다.

“미안해요, 얘가 사실은 앞을 못 보거든요. 오늘이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는 날인데, 외출을 잘 안 해서인지

이렇게 밖에만 나오면 기분이 좋아 떠드네요. 수원에서 오는데요, 여기 까지 오는 전철역 외우는 걸

너무 좋아해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컥!

아! 씨바 말을 하지.

예고 없이 턱 막히는 숨.

한양대학교 대학병원엘 간다는 아이와 엄마.

수원에서 오는 길이라면 그 많은 전철역을 다 외울 수 있을 만큼의 시간 동안 병원을 다녔다는 얘긴데,

얼마나 지겨웠으면 그걸 외울 생각을 다 했을까?

아! 귀는 왜 뚫려 가지고 저런 소리를 흘리지 못하고 들어야 하는지.

입을 벌려야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듯이,

귀도 입처럼 열고 닫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창밖을 보며 아이가 떠들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 아이가 앞을 못 본다는 걸 알지 못했다.

이건 분명히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고 억지를 부려 생각해 보지만

아이의 입장을 이해하기에 앞서 내 가슴 찢어지는 것 신경 쓰기에 급급한 자신이 부끄럽다.


내가 하는 일을 두고,

눈에 보이는 것,

그 것만이 전부가 아닌 것을 알아 챌 눈을 가질 수 있다면 해 볼만 하다고 하신 아버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날이었다.


언제 쯤이면

생의 이면은 고사하고

부조처럼 보여지는 존재하는 이면을

알아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될런지.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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