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그 사람, 기형도.

monomomo 2002. 7. 3. 16:43








빈집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

어떤 고함 소리도 내 마음 치지 못했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

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

그날 마구 취한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사내들은 남은 힘 붙들고 비틀거렸네

나 못생긴 입술 가졌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기형도-







그가 살았던 아픈 시절을 그와 다른 방식의 아픔을 겪으며 살았다.

미치도록 좋아하는 사람 중에 유일하게 비슷한 연배의 사람이기도 하고.

슬픈 미소,

곱슬머리,

긴 속 눈썹,

고른 치아,

구겨진 면 바지,

그리고 그리고

하얀 와이셔츠 앞 주머니에 끝자락이 담겨지곤 했던

그의 생애 만큼이나 짧게 빗금이 쳐진 감색 넥타이.

그 역시도 내가 좋아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 중에 하나였나 보다.

이문재는 잘 사는데 기형도는 죽은 걸 보면.

참참참!!!

묘한 징크스가 하나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기면 겁부터 나는 게

내가 좋아만 했다하면 이땅을 떠나거나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

그래서 한 때는 나를 엄청 좋아해 보았건만

쓸데적은 예외의 법칙은 거기서 발동을 하고

억울해서 억울해서

이제는 이제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기로 한 지금

나 조차도 좋아하지 않으니

오래 살 모양이다.


마치 빈집을 꿰차고 들어 앉은

객이 된 기분으로

수중에 뜬 부표처럼

둥실둥실 흔들리며 살고 있다.

혹함을 달래가며

둥실둥실.


개구리 밥이나 되었으면...

밤새 운 자들의 허기나 채워 주게.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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